세 번째 연결과 대화 - 아시아의 독립 프로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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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 번째 연결과 대화 - 아시아의 독립 프로듀서들

임현진 Jin 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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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연결과 대화 

2020년 6월 20일 

 

아시아의 독립 프로듀서들

츠위 인 (Cui Yin), 유키오 니타 (Yukio Nitta)

 

 

코로나19로 공공의 극장과 시설들이 문을 닫고 활동을 멈춘 시기에도, 민간의 프로듀서들은 분주하게 대화하며 저마다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방식의 모색과 또 다른 예술 생태계를 그리는 일에 이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들은 전 세계가 마주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프로듀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저마다의 관점으로 시대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도리어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에 용감하게 뛰어든다. 조금은 다르지만, 낯설지 않은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함께 그려보았다.

 


 

# 지금의 나, 여전히 프로듀서

 

유키오 : 지금은 대만에 가지 못해서 일본에만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회의와 리허설을 하며 공동 제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상을 위한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전의 내 삶은 너무 바빴지만 지금은 청소, 운동, 요리도 할 수 있다. 매일 뭘 해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과제인데, 사실 제법 즐겁다. 더불어 사람 사이의 관계도 생각하게 된다. 온라인을 통해 이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을 한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이웃에게 나를 소개하고 인사를 건넸다. 동료들에게도 똑같이 해보라고 권하는 중이다. 오래된 친구부터 모르는 사람, 병원에서 만난 의사, 가족과 이웃 등 예술계 밖에 있는 이들에게 전화를 걸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예술가나 프로듀서의 세계는 좁아서, 이 세계의 범주 밖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이 시기에 더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연결을 찾고, 서로 다른 역할, 지리적 위치의 제약을 넘어선 연결을 도모할 수 있다. 나는 요즘 매일 요리를 하고 있고, 종종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누며 대화한다. 그들에게 내가 프로듀서이고 다음에 공연을 하면 보러 와달라고 말하며 대화를 나누면, 대부분이 자신은 한 번도 극장에 간 적이 없다고 한다. 이제 나 자신을 프로듀서로 규정하는 것을 넘어, '유키오 니타'라는 인간으로 보려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츠위 : 싱가포르는 모든 것이 멈추었다. 일부 예술 수업 등은 최근 허가되었지만 여전히 공연이나 관객이 있는 라이브 이벤트는 불가능하다. 이미 취소된 일들을 비롯, 얼마나 연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인 일들이 있고, 또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적응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들도 있다. 독립 프로듀서 겸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나의 일 중 많은 부분은 집에서 디지털로 할 수 있는 일인지라 나는 계속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리적 고립감은 여전하다. 싱가포르에 있는 내 집의 조그만 공간에서 일을 하고, 여기서 이메일을 보내는 일만 하다 보니, 마치 프로듀서로의 나 자신과 예술가의 사이의 예술적 관계가 몰-인간적(depersonalize)이 되는 듯한 무서운 느낌이 든다. 거쳐가는 과정이라면 견딜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우리의 사회적 관계나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술계의 많은 이들이 한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한 공간에서 어울리면서 서로에게 얻는 에너지나, 분위기 등을 줌 미팅에서 일시적으로 재현할 수 있지만,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많은 이들이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제, 심리, 감정 등 다양한 차원에서 변화에 적응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존재의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데, 예를 들어 계속해서 해오던 일을 못하게 된다면, 예술가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질문하게 된다.

 


# 코로나19를 마주하는 민간과 공공의 방식

 

유키오 : 대만 정부는 코로나19에 꽤나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했다. 정부의 예술계 긴급 지원정책은 3단계인데, 공연과 행사의 취소로 인한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 개인과 프리랜서를 지원해주는 것, 그리고 연기된 일에 대한 일부 지원 등이다. 일본은 예술계를 위한 구체적 기금이나 정책이 마련되지 않다가 정부가 6월에 정책을 도입했고, 예술가와 프리랜서를 위한 기금이다. 이밖에도 전 국민에게 해당되는 재난 기본 소득과 1인 사업장 및 프리랜서에 대한 지원금이 있다. 정부가 예술계에 기금을 지원하게 된 것은 몇몇 예술단체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요구를 했기 때문인데, 이들은 예술가와 극단, 극장이 운영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직에서는 지속적으로 대화와 회의를 진행하며 전국적인 차원에서 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 민간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극장, 공연장 등을 구제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지금은 극장과 공연장이 문을 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좌석 수에 제한이 있어서 전체 객석의 50%만 채울 수 있고, 이는 티켓 수입과 직결된다. 이에 많은 극단들이 올해의 작업을 내년으로 미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츠위 : 일본과 대만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왜 싱가포르에서 사람들이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재난 기본소득 이외에도 소득 수준에 따른 추가 지원을 발표했고, 사람들은 누가 더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지 증명하기에 급급했다. 마치 구걸을 하듯이 이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시스템은 결국 많은 이들을 배제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싱가포르는 정부 지침에 의해 공연이 전면 취소되었는데, 지금 정부의 우선순위는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돈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지원을 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예산을 지급하는 것에 있었다. 문화예술과 관련 정부에서는 한참 동안 앞으로의 대책이나, 피해 상황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  없었다. 새로운 예술계 지원 체계가 발표되었지만 여전히 지원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 향상을 해야 한다는 기조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지, 사람들이 기술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 아니다. 굉장히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다른 지원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해야 하고,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는 식이다. 자신이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느낌을 더더욱 받게 된다. 이들은 시민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을 받을 자격이 안된다고 느끼게 된다.

 

유키오: 대만에 새로운 사업이 하나 있다. 일종의 ‘코로나 극복 기금(Overcome Corona Disease Funds)’으로 국가예술위원회의 예산으로 진행된다. 예술위원회에는 국제교류 기금이 있는데, 매 두 달 마다 신청이 가능하며, 이 기금으로 해외에 진출하거나 외국에서 개최되는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국제교류나 협력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가예술위원회는 예술가, 프로듀서들과 만나 의견을 들었고, 이 자리에서 이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교류의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예술가와 프로듀서들에게 국제교류를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기금이 생겼다. 국제교류를 멈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기금은 예술가가 온라인 미팅을 하고, 웹사이트를 만들고, 자신의 대본을 직접 번역하는 것을 지원한다. 나는 작업을 위한 웹사이트 구축을 하고자 기금을 신청했다. 웹사이트에서 일본과 중국의 연출자를 초청하고,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 온라인 피칭 스테이션을 운영해 예술가가 일본과 대만의 프리젠터를 만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국가예술위원회가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단순히 돈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제대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츠위 : 한 편으로 사람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고 있다. 이미 많은 일들이 취소되었거나,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웃이나 공동체를 돌봐줄 수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조건 없이 서로를 돕는 이 체계는 정부의 논리와는 정 반대인 셈이다. 정말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당신에게 분유를 보내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냥 주소만 보내면 아이가 몇 살인지 상관없이 당신을 돕기 위해서 그것을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에 가야 하는 이를 돕는다거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공유하는 등 사람들은 다른 이를 돕고 가진 것을 나누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술계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있는 이들이 있다. 대규모 모금 캠페인이 열려서 상당한 금액을 모았다. 이 금액은 일자리를 잃은 예술계의 프리랜서들에게 500달러씩 지원하는 데 사용되었다. 정부의 정책을 보조하거나 대응하는 움직임인 것이다. 어떨 때는 정부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면서, 사람들이 구걸을 하게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지원 신청자를 돌려보내는 것보다 우리 방식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와 개인의 존엄성을 주장한다. 그 밖에 단순히 지원금을 많이 모아 빨리 나눠주자는 접근방식도 있다. 가장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이주민이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자신의 정신적, 심리적 경계를 벗어나 보통은 당연시하고 있었던 다른 사회적 계층의 사람들과 일종의 교류를 하게 해 준다. 


# 새로운 세상, 변화와 도전

 

츠위 : 예술인의 경제적 지위를 지킨다고 할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싱가포르에 예술 대학이 생기고 나서 이 곳을 졸업한 사람들은, ‘그래 나는 예술 학교를 졸업했고, 예술가이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보험 설계사나 변호사 친구들이 버는 만큼 벌 수 있어’라는 기대를 가진다. 이는 예술이나 예술 작업을 직업으로 여기는 것이고, 직업이라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예술의 이름으로 성취하는 모든 것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제공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모든 소득이 한 종류의 일에서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예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는 너무 작은 나라여서 예산의 대부분이 하나의 재원에서 나오기에, 그 근본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이 정말 큰 문제라며 난리를 친다. 하나의 관계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게 맞다. 

 

유키오 : 대만에 있는 동료 예술가들이 마침내 이번주에 리허설과 공연을 시작했다. 태도와 생각에 큰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전에는 리허설이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을 협업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관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필요하다. 예술가와 관객, 다양한 창작자와 종사자들의 관계와 연결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츠위 : 코로나19 이후 일부 예술가들은 상황에 적응하며 새로이 온라인을 창구로 택하고 있지만, 이러한 온라인화는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온라인 경험이나 작품들 중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들도 많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온라인의 관객층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더 다양한 관객이 이러한 온라인 경험을 시도하고 있고, 온라인 관객의 취향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을 찾겠지만, 온라인의 몰입형,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계 각지의 공연자를 만나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프로그래밍이나 작품을 생각할 때 관점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작품이 언제나 관객에게 공연장에 ‘오도록’ 요구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더 접근성이 높은 형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개선도 포함될 수 있다. 대유행이 일어난 후에야 우리가 필요로 했던 사항이 받아들여진 셈이지만, 바람직한 결과이다. 비로소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유키오 : 코로나 이전에 나는 예술계에서 일하는 독립 프로듀서였고 이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예술이 생활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삶과 밀접한 의식주와는 달리, 대중들에게는 예술을 대신하여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고, 반드시 예술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른 극장이나 공연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서서, 패션보다 나아야 하고, 맛있는 음식보다도 나아야 하며, 삶의 서로 다른 선택지들과 경쟁해야 한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예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100% 확신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예술이란 전혀 쓸모없는 것이다. 공연 관람을 해도 얻어가는 것이 전혀 없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매우 어렵지만 현실이다. 프로듀서는 연극이나 무용 공연을 제작할 뿐 아니라 관객이 공연을 보고 나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을 비로소 극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 국제교류의 가능성과 새로운 가치

 

유키오 : 국제교류는 대륙의 범위 안에서 좀 더 쉽게 이루어질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 대륙 내 교류, 아시아 국가 간 교류, 유럽 대륙 내 교류가 더 쉬울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아직 외국인을 보면 바이러스 유입을 떠올리며 불편해한다. 아주 유명한 유럽의 무용단을 초청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음 달에 국경이 열린다고 해도, 우리는 어떻게 관객의 안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극장에 편하게 와서 공연을 보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다. 

 

츠위 : 나는 최근 해외의 동료들과 이전보다 더 자주 대화를 하고 있다. 모두가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 한다. 이 시기 동안 관계는 더 단단해지고, 함께 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없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큰 제약이 될 것이다. 비로소 작품의 해외 진출 기회를 마련하려는데 마침 이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해 투어가 어려워진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젊은 프로듀서나 예술가, 새로이 시장에 진출한 작품들이 제한된 국제교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프로듀서플랫폼의 경우에는 이미 그 관계가 매우 친밀해서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공동의 작업을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는 우리가 결과적으로 자원 배분의 불평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구성원들에게만 기회와 교류의 자리를 마련하기에,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국제교류의 기회가 사라진다면 말이다.

 

유키오 : 최근 일본은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단일 문화권이고 단일 언어를 사용하지만, 도쿄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다양성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 인종,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아주 쉽고 간단한 예는 음식이다. 도쿄는 시내 곳곳에 아주 훌륭한 한국 음식, 인도네시아 음식, 싱가폴 음식, 대만 음식이 있다. 일본 사람들에게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 음식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응, 난 김치가 좋아!’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 대중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고, 다양한 공연과 이야기를 만나볼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내가 일본 예술가들에게 해외로 나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그릇에 새로운 맛을 더하라고 고집스럽게 권하는 이유이다. 이 맛이 최고의 맛은 아닐지라도 전혀 색다른 선택지를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수백만의 관객 중 한 명은 이 새로운 선택지와 사랑에 빠질 수 있고, 그렇다면 국제교류는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츠위 : 해외를 방문하는 것의 가치, 연결의 가치, 편안한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과 마주치는 것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색다른 장소에 가지 않거나 작품을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보는 경험을 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도 많다. 구글은 절대 여행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속의 인종차별은 자기가 가 본 적이 없는 나라에 대해 책을 쓴 사람들이 자신들의 글을 마치 확고한 학문인 듯 학계에 넘기면서 쌓아 올려진 것이다. ‘중국인이 이렇더라, 아프리카인이 이렇더라’라는 생각은 백인 학자들이 자기들이 방문도 못해 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책을 썼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래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고, 이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 나라를 방문해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며 단계적으로 또 다른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최근 수년간 국가 간 이동이 훨씬 쉬워졌고, 대규모의 정부 예산이 예술가들의 투어를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해외 진출은 작품의 생애 주기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제작과 리허설, 투자와 홍보를 거쳐 국내에서 공연을 하고 나면, 국제적으로 작품을 소개해서 첫 번째 축제에 선보이고, 이후 해외의 다른 축제들에 참가한다. 어느 정도 이상의 예술가와 프로듀서라면 이러한 여정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작품이나 예술단체를 해외에 진출시켰을 때, 우리가 가지려고 하는 만남이나 마주하려는 이들은 누굴까? 앞으로는 점점 더 국가 간 이동의 기회가 소중해질 것이기에 각 여정과 방문에서 누구를 만나기를 원하는지,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선보일 지에 대한 의도가 더 중요해져야 한다. 단순히 세계지도를 확대해서 보면서 다음 방문지를 정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아시아의 공연예술 네트워크

 

츠위: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theatres on the bay)와 함께 단스 랩(da:ns lab)*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예술가, 프로듀서, 행정가가 모이는 댄스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용을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안무의 관점에서 다룬다. 올해는 이 미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아시아 5개국을 포함시켰다. 우리는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고려할 때, 항상 주최국이 정하는 조건에 따라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보통 싱가포르 참가자들에 집중을 하는데 작년에는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지역과 대만의 참가자들도 포함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뉴델리, 시드니, 홍콩, 타이완에 각 거점을 두어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해외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번역할 필요도 없다. 때로는 60명이 넘는 모든 참가자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지리적 범주에 따른 그룹으로 모여 지역의 맥락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개개인 단위로 나누어져 주제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다시 소그룹으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단스 랩(da:ns lab) 
에스플러네이드와 댄스 뉴클리어스(Dance Nucleus)가 기획하는 프로그램으로 예술가의 안무 방법론과 관련한 주요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워크숍/세미나 프로그램이다. 올해의 주제는 ‘공동 면역성: 우리 모두가 병 들었을 때 춤추는 법(Co-immunity: How to Dance When We Are All Ill)’이며, 세계적 위기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대를 되돌아보고자 했다. 질병이 만연한 이 시대적 패러다임을 통해 춤추는 몸을 ‘생산적이며 살아 있고,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규정하는 선입견에 도전한다. 홍콩, 마닐라, 뉴델리, 싱가포르, 시드니, 타이베이 등 6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60여 명이 참여하는 원격 미팅이다. 참가자들은 지역 내 다양한 예술 생태계에 저항력과 회복성을 마련하는 한편, 공동 면역성의 역설적 구조 안에서 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출처: www.esplanade.com

 

아시아 지역 내 국제 협력에는 동아시아와 나머지 아시아 국가 간에 재원과 기회 배분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일본, 한국, 싱가폴 등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안정적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들 간의 차이 때문이다. 국가의 지원이 없는 다른 지역의 다른 파트너들은 우리의 조건에 따라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들이 영어를 할 수 있는지, 국제 협력 경험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러한 교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반대로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되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려서, 보통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단 한 명의 인도네시아 프로듀서가 전 지역에 걸쳐 모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식의 형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내가 희망하는 바는, 각 지리적 맥락에서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교류의 방식, 그리고 더 많은 재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그 재원을 더 고르게 분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정부가 예술을 위해 마련한 예산 지원과 별개로, 내가 예산 중 일부를 다른 도시에 배분하는 것이다. 모두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서 한 국가에 모이고, 그 주최 국가가 대규모의 예산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면,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 국가의 문화에 맞추어 국제화가 가능한 예술계 종사자로서의 입장을 취하게 된다. 언어, 미학, 스타일은 힘이 있는 자에 의해 규정되는데, 그 힘은 보통 재정적인 힘, 사회적 자본인 경우가 많고, 대게 국제적으로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힘을 가지게 된다. 코로나 19가 어쩌면 이런 모델을 바꾸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독립 프로듀서, 지금을 넘어 다음을 향해

코로나19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립 프로듀서로서, 최근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지 물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유키오 : 우리는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전에 우리는 항상 너무 열심히 일했고 건강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개인 생활도 없고 휴가도 가지 않았다. 이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기를 좀 보살펴야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프로듀서로서 일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예술이 여전히 유효하며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믿게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츠위 : 다시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다. 나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은 내가 주변의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이다. 오랫동안 프로듀서의 세계와 예술의 세계에만 존재했다. 그런데 점차 과연 내가 오직 예술계에서만 일하고자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삶을 다양화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더 훌륭한 사람, 시민, 인간이 될 수 있나 생각 중이다. 습관적으로 프로듀서의 일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존의 방식과 습관에 도전을 던져 보려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

 

 


츠위 인 Mok Cui Yin | 싱가포르 | 독립 프로듀서

 

츠위는 독립 프로듀서로 공연, 문학, 과정 중심의 작업, 축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대 예술을 수행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 영역 간의 교차, 인류학, 사회적 실천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바람직하고 윤리적인 방식의 예술이 더 좋은 예술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한다. 독립 예술가들의 작업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 이외에 싱가포르 작가 페스티벌(Singapore Writers Festival)의 프로듀서이자, 댄스 뉴클리어스(Dance Nucleus)의 프로그램 매니저, 싱가포르 프로듀서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프로듀서SG(Producers SG)의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댄스 뉴클리어스는 실천 중심의 연구, 창작과 제작, 컨템포러리 공연의 체계적인 제작을 위한 공간이다.

 

 

 

유키오 니타 Yukio Nitta | 일본·대만 | 독립 프로듀서, TPAM 코디네이터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타이베이 국립예술대학에서 예술행정MA를 졸업했다. 국제교류와 협업에 폭넓은 경험을 가진 독립 프로듀서이다. 동시대의 연극과 대만 오페라, 현대 무용, 기술 기반의 예술, 스트리트 댄스와 대중음악의 영역을 탐험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Guling Street Avant-gard Theatre, Yilab, Shakespeare's Wild Sisters Group, Huang Yi Studio 등의 공연 단체를 비롯하여 Kuandu arts Festival, Taipei Arts Festival, Taipei Fringe Festival, TPAM 등의 축제/네트워크에서 일했다.

 

 

 

 

대화/글: 박지선, 임현진, 최석규

번역: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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