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연결과 대화 - 영국 거리예술 전문가 그룹 엑스트랙스(Xtr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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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네 번째 연결과 대화 - 영국 거리예술 전문가 그룹 엑스트랙스(Xtrax)

임현진 Jin 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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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연결과 대화 
2020년 6월 26일

 

영국 거리예술 전문가 그룹 엑스트랙스(Xtrax)

이레네 세구라(Irene Segura)

 

유럽의 거리예술계는 다양한 조직과 네트워크, 사업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거리예술 축제와 제작 시스템, 작품의 유통 지원 등 거리예술 관련 사업들이 코로나19의 대유행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이들은 앞으로의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의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의 과제들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삶과 변화

 

이레네 : 회복력이 강한 조직의 일원인 것이 참 다행이다. 3월 중순부터 지속된 봉쇄정책 이후, 엑스트렉스(Xtrax)는 구성원들이 상황에 적응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가치 있는 일들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문화계 전반을 바라본다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모두가 개인적인 불안과 걱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가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여름까지 열리는 축제 중 대부분은 취소되었다. 대규모 축제일수록 취소의 결정이 더 빨랐다. 물론  아직 개최를 준비 중인 축제들도 있다. 8월에서 10월까지의 시즌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니치+도클랜즈 페스티벌(Greenwich+Docklands International Festival; GDIF)은 원래 6월에 개최되던 축제를 하반기로 옮겼다. 올해의 축제를 런던 시의 문화 치유 프로그램(Cultural Recovery Program)의 일부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축제를 운영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리니치+도클랜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Greenwich+Docklands International Festival; GDIF)은 1996년에 창설된 이래 매년 6월 런던의 남동부 지역인 타워 햄릿, 그리니치 일대에서 개최되는 공연예술 축제로, 야외 공연예술 프로그램들(연극, 무용, 거리예술)을 선보인다. 올해는 축제의 프로그램을 8월 말에서 9월 초로 연기했다. 축제는 예술적인 저항을 통해 또 다른 상상을 가능하게 하며, 안전하고 사려 깊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우리의 위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으로부터의 돌파구를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www.festival.org/gdif/ (웹페이지) | 관련 자료 더보기(웹진예술경영)

GDIF의 프로그램 중 루크 제람(Luke Jerram)의 작업 <In Memoriam>은 코로나19로 인해 잃은 소중한 이들, 그리고 국가보건시스템을 위해 일하고 있는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을 기억하기 위한 메세지를 담았다. 이 설치작업은 현장에 방문해서 관람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디지털 전시를 병행하며, 디지털 전시의 영상에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영국 수화로 설명된다. 
디지털 전시 바로가기 https://youtu.be/IVQWpCYohDU

 

GDIF의 프로그램 중 루크 제람(Luke Jerram)의 작업 <In Memoriam>

 

 

# 이해와 포용, 위기를 마주하는 회복력

 

이레네 : 우리 조직의 회복력이 강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접근방식 덕분이기도 하다. 엑스트랙스가 추진하는 사업 중 일부는 영국예술위원회로부터 예산을 받는다. 코로나19 직후 예술위원회의 위기 대응 정책은 정말 훌륭했는데, 상황의 위급성을 고려하여 예술 생태계의 상황과 필요를 이해하고 지원하고자 했으며, 코로나19 관련 지원사업의 모니터링 역시 기존과는 다른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들과 불가능한 것들을 폭넓게 이해해 주었다. 이러한 환경적 뒷받침은 우리 조직에도 도움이 되어서 우리는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이를 헤쳐갈 수 있었다.

 

또 우리는 가지고 있는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정부가 80% 정도의 임금을 보장해주었기에, 임시 휴직 상태를 유지하면서 사무실에 함께 모이지 않았고, 이를 통해 불필요한 예산과 인적 자원의 낭비를 절감했다.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했으며, 적절한 시기에 맞추어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 순간 합리적인 결정들을 내리고 그대로 진행했다. 한 자리에서 근무하지 않음에도 구성원들은 서로 상당히 가깝게 연결되어 지냈다. 조직이 크지 않은 소규모의 팀이다 보니 떨어져 있어도 각자가 무엇을 하는지,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등 큰 그림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 서로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매일 아침이면 팀 회의와 개별 회의를 진행했고, 파트너들과도 긴밀하게 연락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우리가 회복력이 강한 조직이 되게 해주었다.

 

 

# 영국의 거리예술계 현황

 

이레네 : 여러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거리예술인들이 소득원을 잃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담론은 긴급지원이다. 영국예술위원회와 거리예술 분야의 지원 기관인 아웃도어아츠유케이(Outdoor Arts UK)의 지원금을 비롯하여 축제 역시 취소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또한 공연단체와 축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거리예술 공연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야외 공간은 문화예술계 전반의 회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열린 공간이 상대적으로 감염 확률이 낮은 것으로 인식되기에 현재 야외에서의 문화예술활동이 장려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많은 편이다. 영국의 거리예술계는 어떻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아웃도어아츠유케이(Outdoor Arts UK)나 이머전시 익싯 아트(Emergency Exit Art)와 같은 조직들은 팬데믹에 관한 여러 주제 웨비나와 토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왔다. 영국예술위원회는 이제 긴급 지원 이후에 어떻게 예술계를 지원할지 고민 중이다. 앞으로 민간 예술계에 수개월 간 아무런 수입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이 몇 개월의 시간이 긴 호흡의 창작과 제작을 멈추게 하며, 이러한 일들이 많은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의 장기적인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심각한 일이다. 거리예술 분야에서는 코로나19가 거리예술계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권고안도 발표했다. 

영국예술위원회가 마련한 기본 지원책은 큰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여 예술계의 누구라도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한 편, 동시에 많은 지원 신청이 있을 것이 명백했기에, 각 분야마다 사전 협의를 통해 해당 분야에 직접적으로 지원금이 가도록 분배했다. 거리예술의 경우 아웃도어아츠유케이(Outdoor Arts UK)가 예술위원회의 분야별 지원 조직(SSO, Sector Support Organizations)과 논의하여 거리예술 분야의 지원을 담당하였다. 아웃도어아츠유케이(Outdoor Arts UK)는 거리예술계의 회원제 기반 조직으로, 등록된 예술인/단체에 한하여 해당 지원금의 지원 자격이 주어졌다. | www.outdoorartsuk.org (웹페이지) 영국에는 분야별 지원을 위한 조직인 NPO(National Portfolio Organization)이 있어서 해당 예산이 장르의 안배를 고려하여 예술단체나 예술가에게 직접 지원 된다.

 

영국에서는 한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영국의 의료 서비스 시스템(NHS, National Health Service)을 응원하는 박수를 치는 움직임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골목에 나온 사람들이 동시에 박수를 쳤는데, 예술가들은 이 시간에 맞추어 일종의 예술적 개입들을 시도했다. 이밖에도 사회적인 거리를 두면서 집 앞이나 뒷 뜰, 길이나 거리에서 작은 잔치를 열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가며 공연을 하는 등의 여러 시도도 있었다. 다만 아직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며, 여전히 많은 부분이 공동체의 안전과 관련이 있다. 관객의 시점에서 무엇이 안전할지, 혹은 이런 움직임들이 누군가에게 위험 요인이 되지 않을지, 물론 예술가와 예술단체는 안전한지도 고려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공연의 준비와 연습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집회나 거리 두기에 대한 각자의 규정은 유럽에서도 국가 별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라트비아에서는 300명까지 야외에서 모일 수 있는데 영국은 현재 기준으로 6명이다. 하지만 일부 행사는 개최 준비 중이며 어떻게 코로나에 대응하는 안전성을 갖출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축제를 조직하는 조직과 공연단체들이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사항들을 정리해서 공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 관리에 관한 노력이었다. 상점에서 하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순환 체계를 도입하거나, 안전거리 유지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고, 한 공연 단체의 경우 며칠 전 주차장에서 진행한 공연에서 캠핑 텐트 같은 형태의 반구형의 가림막 안에 관객들을 앉게 해 간격을 2미터씩 떼어놓았다. 야외행사 안전성그룹(Outdoor Event Safety Group) 같은 조직은 야외에서의 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코로나에 대응하는 안전성이 갖춰지도록 물류를 점검해준다. 

 

많은 행사들이 지역 공동체와 지역성을 강화한 프로그램(Hyper Local)으로 접근한다. 대규모 행사보다 공동체와 지역민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행사 기간의 길이에 대한 논의, 단위 시간당 참가자의 수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진다. 예술가들은 작품의 준비 기간 동안 두 명 혹은 소규모 그룹으로 일종의 격리 상태를 유지하며 연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예술단체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에 대한 비용 보장, 공연과 행사가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 및 방역 절차에 대한 논의, 티켓 판매 수량 제한 등 여러 이야기가 상당히 능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새로운 전략과 시도

 

이레네 : 엑스트렉스는 국제교류 플랫폼으로서 영국의 거리예술 분야 국제 교류와 협력의 증진을 목표로 국제교류와 투어 사업들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올 가을 시즌에도 몇 개의 사업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벨기에의 거리예술 분야에 대한 집중 소개 프로그램, 영국에서의 쇼케이스 프로그램, 유럽 및 아시아와 지속하고 있던 협력 사업 등이었다. 우리는 남은 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했고, 온라인 맥락으로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은 불가능한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검토했다. 다만 모든 사업을 디지털화시키는 위험한 함정은 지양해야 하고자 했다. 거리예술은 특히 장소와 실제, 사람들 간의 연결이 그 중심에 있다.

 

준비한 사업 중 일부인 예술가 소개 프로그램(Artists in the Spotlight)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 큐레이터들을 초대해 이들이 열고자 하는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며, 영국의 예술가들을 노출시키고 작품들을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유행이 발생했다고 예술가들이 창작을 멈춘 것은 아니다.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여전히 창의적이며, 환경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또 다른 온라인 쇼케이스 프로그램은 파트너인 스톡튼리버사이드페스티벌(SIRF, Stockton International Riverside Festival)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 쇼케이스는 SIRF의 온라인 축제 기간 중에 함께 진행될 예정으로, 국제 거리예술 웨비나를 개최해 여러 국가와 대륙에 걸쳐 대화를 진행하려 한다. 영국은 코로나19와 함께 2021년에 실행될 브렉시트를 앞두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국제적인 연결을 유지하여 우리가 해 온 작업들을 국제무대에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국가의 개방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다. 

스톡튼리버사이드페스티벌(Stockton International Riverside Festival; SIRF)은 영국의 스톡튼 온 티즈(Stockton-on-Tees)에서 1988년 시작되어 매해 8월에 열린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극, 무용, 서커스,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작품들이 영국 전역과 유럽, 그리고 국제적으로 초청된다. | www.sift.co.uk (웹페이지) | 관련 자료 더보기 (링크)

 

최근에 시르코스트라다(Circostrada)와 함께 '위기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웨비나를 기획했는데 매우 의미 있었다. 이 행사는 원래 3일간 진행되는 레지던시 사업으로 아주 아름다운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진행하기로 계획이 되어있었는데, 결국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했다. 현재의 위기 순간에 리더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매우 훌륭한 배움의 기회였다. 이 경우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의 장점을 많이 발견했는데, 물리적 만남이 있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할 수 있었고 영향력도 훨씬 더 컸다고 생각한다.

시르코스트라다는 유럽의 서커스/거리예술 분야 네트워크로, 서커스와 거리예술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빙, 교류와 전략적 사업 설계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유럽의 축제, 창작공간, 에이전시, 네트워크 등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 www.circostrada.org/en (웹페이지)

 

원래 위드아웃월스(Without Walls)에서 지원하는 14개의 신작이 영국 전역에서 5월부터 9월 사이에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축제가 연기 또는 취소되면서 이 역시 계획대로 진행할 수 없었는데, 이는 곧 신작들이 2021년까지 시장에 소개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예술가와 축제들이 어떻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할 것인지, 필요하다면 각 공연에 거리두기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작품의 콘셉트를 이 특수한 시나리오에 맞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물론 원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작품을 바꿀 수는 없으며 기존의 연출 방향을 존중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디지털 공간에서 만들고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새로운 구상을 하며 공연과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축제도 있었다.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합리적인가 찾는 과정을 밟아왔다. 

 

 

# 코로나19 이후 거리예술

 

이레네 : 우리는 사회와 예술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때때로 잊어버리곤 한다. 두 명 이상의 무용수가 서로 가까이 맞대고 춤을 추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이미 몇 달 전의 일이다. 관객에게 '이제 안전하니 공연장으로 와도 된다'라고 어떻게 소통할지가 관건이다. 아웃도어아츠유케이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거리예술 관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구와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설문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관련한 주요 연구 결과들은 실내보다는 야외 행사가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결과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문화와 예술은 사람들을 모으며 서로를 돕고, 서로를 격려한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전 세계의 수많은 이들이 슬픔을 겪었다. 본래의 삶을 몇 달째 잃어버린 상태이다. 어쩌면 모두에게 문화예술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가 문화예술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리예술을 떠올리면 흔히 많은 수의 관객을 연상하기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관객의 안전에 대해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한 축제는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책으로 관람객 전원에 대한 입장 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려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축제를 성사시키기 위해 제작 스태프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수일간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예술가를 비롯한 축제 종사자들을 위한 안전 조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관객의 안전을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관객의 경우 매표 방식 변환, 거리 두기, 관객 수 제한 등 비교적 직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오히려 종사자와 관련된 나머지 부분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 바이러스가 얼마나 전염성이 높은지 생각해 보면 관계자 중 한 명이 걸렸을 때 모두가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리가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새로운 과제와 전략

 

이레네 : 여전히 많은 것들이 가설의 단계에 있고, 실행해보지 않고는 얼마나 효과적일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축제와 예술단체들이 실행하게 될 조치들을 모아 우수 사례집을 만들려고 생각 중이다. 공연을 하려는 단체의 경우, 내부에 관리자를 지정하여 철저한 위험도 평가를 실행하고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공연을 최대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례이다. 대안과 전략은 수 없이 준비할 수 있지만 얼마나 통제가 될지도 문제다. 개인들의 책임감과 선의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단체를 이끌거나 축제를 조직하는 사람으로서 참가자들이 위험을 인지하며 방역 지침에 동참하고,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 사이 균형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수 사례와 예시들을 축제가 열리고 나면 공유하겠다. 물론 국가나 대륙 별로 관객의 행동 양식에 차이는 있겠지만, 각 국가와 지역의 가이드라인을 서로가 공유할 수 있다면, 이후 해외투어 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위드아웃월스(Without Walls)는 공동의 제작 투자를 하기 위해 조직된 컨소시엄 조직으로, 소속된 파트너 축제들이 각자 예산을 공동 투자의 개념으로 작품의 제작과 투어링을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 위드아웃월스는 여름에 준비될 공연에 앞서 예술단체에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달라고 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공연을 해야 할 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 것이다. 이 지원은 재정 지원이나 제작 지원을 등 방법을 제한하지 않는다. 혹은 상황이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며, 내년에 필요한 자원을 각 상황에 맞게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각 상황들을 염두하고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에 우리는 파트너 축제들이 내년에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작품을 지원하는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공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지시하거나 혹은 모두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으려 한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어떤 경우의 수에도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거리예술의 경우, 예술의 형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분야 내에 다양한 예술의 형태가 존재한다. 그래서 개별 프로젝트마다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며, 이에 따라 각기 다른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맡아 자신의 작업에는 무엇이 합리적이고 무엇이 가능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 중에는 블루 프린트라고 불리는 연구/개발 지원 사업이 있는데, 이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과는 달리, 예술가에게 연구와 개발의 시간을 허락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대유행의 상황에서도 예술가는 창의성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들은 이미 진행 중이고, 거리두기형 연습 환경을 연구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계속해서 과정을 지원하는 것은 창작을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2020년이 아주 큰 간극이 될 위험이 있다. 코로나가 발발했다고 해서 예술가들이 갑자기 훌륭한 아이디어를 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할 뿐이다. 

 

 

# 디지털화에 대한 고민과 또 다른 가능성

 

유럽 역시 여러 움직임과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지난주 유러피안 커미션(European Commisions) 산하의 크리에이티브 유럽(Creative Europe)에서는 공연예술 디지털 콘텐츠의 국가 간 배포 및 유통을 위한 공고를 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은 이전부터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였으니, 이번 대유행으로 인해 추진을 할 수 있는 계기가 확장된 셈이다.

공연예술 디지털 콘텐츠의 국가 간 배포 및 유통을 위한 공고는 크리에이티브 유럽이 지난 6월에 발표한 것으로, 유럽 내 조직들로부터 국가 간 이동성과 관련해 문화계를 어떻게 지원할지 제안서를 받았다. (링크)

디지털이 최근 모두의 화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예술가들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때, 콘텐츠의 전환에 들이는 노력보다 오히려 플랫폼 사용에 적응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콘텐츠 창작 과정이 일방적으로 디지털화될 경우 빠질 수 있는 위험은, 그 과정이 일어나는 환경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고, 자신만의 예술적인 창작 과정에 적합한 환경이 아닐 경우, 디지털화가 아니라 단순한 라이브 중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화와 라이브 중계는 서로 다른 개념인데, 애초에 현장의 예술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작품의 전달 방식의 확장이지 디지털 작품의 제작은 아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논의 주제로 우리도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함께 일하는 몇몇 예술가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플리케이션이나 쌍방향 온라인 플랫폼 등이다. 온라인 콘텐츠이지만 물리적인 화면과 상호작용을 하는 작품을 만드는 등, 공간의 제약과 한계를 넘어서서 공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이들의 작업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색의 냄새를 맡는다던지, 체험을 통해 느끼는 공감각들을 더 탐구하고 있다. 대유행으로 인해 사람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예술의 매개체로 생각하게 되었다.

 

 

# 국제교류와 이동성의 새로운 모델

 

이레네 : 앞서 말했듯, 영국은 브렉시트의 실행을 앞두고 있어서 교류와 이동에의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럽과 국경을 닫는 것은 어떤 관점으로 본다 해도 긍정적인 면을 찾아볼 수 없다. 해외 예술가들을 초대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영국 예술가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이것은 마치 환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도 같다. 문화가 세계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영국 문화예술의 국제교류를 지원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지에 타격이 될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교류의 제약으로 인한 재정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교류에 새로운 조치나 절차, 이로 인한 비용들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해외 예술가를 초청할 때도 비용이 너무 커져서 초청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아직 브렉시트와 관련된 세부 지침들이 모두 마련된 것이 아니어서 어떠한 대안들이 필요한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는 브렉시트가 미치는 영향과 위협 요소들에 대해서 영국 작품이 해외로 나갈 때, 유럽 타 국가의 작품이 영국으로 올 때의 사례들을 연구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브렉시트가 미치는 영향은 정말 다층적이다. 엑스트렉스의 조직을 예로 들면, 나는 스페인 사람이고, 조직 내에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동료들이 있는데, 이들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영국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새로이 도입되는 이민 정책들은 수많은 인적 자원을 잃게 한다. 조직으로 보나, 예술가 개인으로 보나 시야와 활동 범위가 좁아진다는 점이 큰 위험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잃을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영국의 문화산업은 국제교류를 통해 많은 교역 효과들을 거두어오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정부 지원이 있겠지만 국가로부터의 지원 규모가 브렉시트로 인해 겪게 될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 될지는 의문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와 관광산업에서는 영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정 기간의 격리 지침을 해제할 수 있는 특수 협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연단의 입장에서 영국을 방문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2주간의 격리를 해야 한다면 실제로 물리적인 교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제한 조치가 완화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물론 대부분의 축제는 현재 국내의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국제적 이동과 교류는 내년까지는 지금의 제한적인 형태를 유지하다가 이후 점차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더불어 코로나19의 시기에 국제교류와 이동성에 어떤 가능성이 남아있나, 우리는 해외 투어를 중단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세계 곳곳의 많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해외 투어가 끝이 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국제교류와 이동성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지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더 명확히 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딘가를 방문할 때 어떠한 환경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오프라인을 대체하며 온라인으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떤 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어떤 이동이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는 미래에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 본다. 콘텐츠의 일부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도리어 더 넓은 지역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이 아니었다면 도달할 수 없는 지역들과 훨씬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동성의 개념은 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분야가 처한 현실과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는 협력과 연대의 메시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서로의 공연을 선보이고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공연단체들은 현지의 예술가를 일부 고용하는 더블 캐스팅의 방식으로 투어의 인원을 조정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예술 콘텐츠와 아이디어의 교환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갑자기 각자의 나라에만 갇혀 자기 자신의 관심사만 들여다보게 되지 않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국제교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얻는 이득은 무엇이며, 어떤 위협이 있는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며, 그 방식이 합당한 지, 더 이상 국제교류에 당위성이 없다면 왜 그냥 그만두지 않는지를 논의했다. 오랜 시간 여러 작업을 해오던 사람에게 이제 안 될 것 같으니 그냥 다 그만두자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작업을 해온 만큼 주인 의식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런 대화를 더 넓은 분야의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너무 내적인 관점에 치우치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예술가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의 작업 이면에 있는 가치가 무엇이고 우리가 국제 교류를 왜 하는지, 왜 여전히 지속하려 하는지 재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이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두자는 식으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 힘들다는 넋두리를 하는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직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 관점을 나누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팬데믹의 위기로부터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 동안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한 제안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이레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분야에 닥친 위험과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순진한 것은 아니다. 여러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 과정을 재평가하는 것을 보고, 또 초연결성(hyper-connection)이 사람들의 일과 창작을 향한 야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며, 예술가들의 회복력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예술가들에게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맞닿을 수 있다는 것, 멈춰 서서 다시 자신의 창작 과정을 재 평가한 후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기회다. 이제까지 한 번도 예술가들에게 이러한 시간이 없었다. 현재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많은 질문과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시작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주제는 우리의 대화 속 아주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우리를 멈추고 나서 우리 모두는 현실적 이슈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슈들은 대유행이 돈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악화된다.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우리의 분야를 더 공정하고 모두를 대변하는 분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겠다. 

 


 

이레네 세구라 Irene Segura | 영국 | 프로듀서, Xtrax

위드아웃월스컨소시엠의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거리예술 전문가 그룹 엑스트랙스의 멤버로, 국제교류 지원을 위한 플랫폼 4:UK 사업 등을 통해 영국, 유럽, 아시아의 파트너들과 전략적인 협력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와이어드 에어리얼 씨어터(Wired Aerial Theatre)의 대형작인 'As The World Tipped'의 투어와 제작을 위해 일하고 있기도 하다. 엑스트렉스의 멤버로서 유럽 서커스/거리예술 네트워크인 시르코스트라다의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엑스트랙스 XTRAX는 거리예술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국제교류 사업, 밀도 있는 쇼케이스 프로그램 구성, 프로듀싱 등의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영국 내 가장 큰 규모의 거리예술 분야 컨소시엄인 위드아웃 월스(Without Walls)의 창립 멤버 중 하나이자, 운영 주체이기도 하다.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플랫폼 4:UK는 영국의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에게 전략적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제 예술 시장에서 다양한 협력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매개한다. 엑스트랙스는 축제 및 행사의 프로그래밍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며,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기획한다. xtrax.org.uk / withoutwalls.uk.com 


대화/글: 박지선, 임현진, 최석규
번역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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