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연결과 대화
8월5일, 수요일
마키나 엑스(machina eX)
마티아스 프린즈(Mathias Prinz)
대면의 위기와 봉쇄의 시간 속에서 예술가들은 여러 시도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해 ‘디지털 시대의 연극’이라는 주제로 예술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는 독일 예술단체 마키나엑스(machina eX)의 마티아스 프린즈(Mathias Prinz)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디지털 게임과 연극이 결합된 작품을 창작해 오고 있는 마키나 엑스는 지난 6 월 독일 봉쇄 기간 중 “락다운(Lock down)” 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바 있다. 스마트폰이 무대가 되고, 거실의 소파가 놀이터가 되어 채팅과 통화 등의 방법으로 일상의 위기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작품 '락다운'과 10월에 발표할 새로운 작품에 대하여, 그리고 현재의 독일 상황과 미래의 공연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봉쇄의 시간 속 개인의 삶
독일 내 상황에는 굴곡이 많았다. 사람들은 직업이나 가족관계 등,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운이 좋은편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내와 한 살 반 된 딸아이와 같이 살고 있고, 딸 아이가 대유행 전에 유치원에 나갔었는데, 지금은 유치원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이다. 극장도 문을 닫아, 지금은 제작 중인 공연이 전혀 없다. 모든 것이 잠잠해진 상태이다. 독일은 자동차 업계의 규모가 굉장히 큰데, 현재 자동차 생산마저 일시 중단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이다. 이런 모든 상황이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프로젝트를 언제 다시 시작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모든 프로젝트는 연기되었고, 작업 구조를 재편하고, 계획된 출장을 가지 않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미팅처럼 디지털로 대신 업무를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물론 겁이 나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어느정도는 유토피아가 찾아온 것 같기도 했다.
독일은 유럽 내 다른 나라와 비교하거나,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봤을 때 비교적 타격이 덜했고 사망률이 낮은 편이다.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딸과 평소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실 나는 원래 집에 있는 것을 즐긴다. 밖에 나가는 것 보다 컴퓨터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즐긴다. 어찌 보면 마치 전 세계적으로, 항상 끊임 없이 앞으로 굴러가는 사회라는 기계가 기어를 저속으로 낮추고 속도를 크게 줄인 것 같아 오히려 더 좋았다. 딸 아이의 경우, 대유행이 시작되었을 때 막 유치원에 나가기 시작했었는데, 처음에는 별로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었다. 모든 곳이 문을 닫아서 유치원도 한참을 못 가게 되었다가, 얼마 전에 다시 갈 수 있게 되니, 이제는 매우 가고 싶어서 안달이다.
일과 관련해서도, 마키나엑스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디지털 게임의 구조를 연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기존에 협업을 하기로 했던 극장들에게 프로젝트를 완전하게 디지털화 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이들은 상당히 열린 자세를 보여주었다. 마키나엑스는 공연 제작자, 작가 뿐 아니라 프로그래머, 소품 담당자, 전기 기술자 등이 포진 되어 있는 팀이기 때문에 디지털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제안하는데 있어 이미 내부의 역량이 갖추어져 있는 상태였고, 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마키나엑스의 작업 목표와 "Lock Down"
이전부터 마키아엑스의 작업에서 라이브 경험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쪽으로 밀어놓거나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작업에서 목표는 라이브 경험과 같은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3년 전부터 박물관들과도 협업을 하고 있고, 설치 기반의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우리 팀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가능한 한 최대로 극적 연출과 동등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마지막으로 했던 공연 “락다운(Lock Down)”은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메신저 앱에서 선보이도록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2주 반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제작되었는데, 이전에 다른 작품에 사용했던 프로그램 기술을 사용했고, 이를 메신저 기술에 적용시켜 만들었다. 메신저 상에 캐릭터가 나오도록 프로그램을 해서, 이 캐릭터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사용자가 하는 말에 반응을 보여, 작은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극장 공연은 아니지만 극장 공연을 대신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과정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관계를 설정하여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극적 장치인데, 우리는 메신저 앱이 놀라울 정도로 이 작업을 잘 해낼 수 있는 장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메신저 앱을 일상에서 이용하고 있으며, 한국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도 이 현상을 더 확실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일상 속 메신저 사용은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주변 환경이 되었다. 메신저 앱을 사용할 때 받는 느낌은 컴퓨터 게임 속에 들어갔을 때 받는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하는 의사소통의 절반은 이제 메신저 상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메신저를 사용 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작업을 발전시켜 나갈예정이다.
이번 위기가 이와 같은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고민해왔던 작업의 방향성이다. 다만, 이번 위기로 인해 우리는 관객이 극장에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경우, 어떻게 극적 연출을 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갖게 되었다. 극장에 있는 모든 기계들, 예를 들어 조명, 음향과 무대 위로 배우가 등장하거나 트럭이 올라오거나 하는 식의 효과들, 이런 모든 것들은 관객에게 촉각적 경험(tactile experience)을 선사한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는 시각, 청각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감각이 발동하게 된다. 하지만 집에서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거실에 엄청난 크기의 음향을 발생시키거나, 누군가 들어와 악수를 하도록 만든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극장 내 연출과 동등한 효과를 집 안에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10월에 선보이게 될 다음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우편으로 보내고, 관객은 문서를 집에서 읽고, 개인적 공간에서 이와 관련된 행위를 하게 될 것이다. 책 안에서 뭔가를 찾거나 부엌에 가서 면을 끓인다거나, 이런 방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항상 중심에 있는 질문은 연극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연극을 구성하는가이다. 배우가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미적인 어떤 것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거실을 완전히 색다르게 바라보게 된다면, 즉 극장 안에서 허구 속에 몰입하는 경험을 자신의 거실에서 할 수 있다면, 연극(극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 또한 연극(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세상에서 예술가의 역할
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가 극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딸아이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있는데, 내 딸이 자라고 있는 독일은, 독일어 표현을 최대한 영어로 바꾸어 보면, “원격 현실(혹은 원격 존재telepresence)” 이라 묘사할 수 있다. 사람의 존재가 있지만, 장치를 통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지만 마치 티비 속에 존재하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회의도 마찬가지이다. 내 딸아이에게 할머니가 화면 상에 나타나고 화면 속에서 말을 거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다. 내가 자랄 때와 비교해 많이 다르다. 우리 때는 전화기를 정말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뿐만 아니라 사적인 대화의 많은 부분을 원격 현실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재, 우리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가장 강렬한 주제가 바로 원격 현실이다.
우리 네 명이 실제로 한 방에 모여 대화를 하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금처럼 원격 현실로 대화 하는 것이다. 현실과는 당연히 다르다.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선보이는 작품을 예로 들어 보겠다. 최상급 배우를 섭외하고 수준 높은 제작을 해서, 에너지가 아주 큰, 공격적인 장면이나 혹은 아주 에너지가 작아 온도가 매우 낮은 장면을 선보인다면, 우리는 관객이 자신들이 픽션 속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거나, 신음을 하거나, 속삭이는 것은 매우 강렬한 경험으로, 화자가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화자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보 전달의 측면을 넘어서는 경험을 만든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소리를 지를 때 터져 나오는 맹렬함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겪으면서 몸에 익힌 것이기 때문에, 특정한 육체적 반응을 일으킨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드는 것인데, 소리를 지를 때 느끼는 육체적 반응은 화면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다. 화면에서 보는 나의 바디랭귀지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은 비교적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의자에 앉아 굉장히 초초해 하거나 슬퍼하거나 아픈 모습을 보이더라도 화면을 통해서 보는 상대방은 이에 대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이는 바디랭귀지의 여러 측면 중 화면을 통해서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기는 질문은, 이 특정 매체에 가장 적합한 작품은 무엇이고, 이러한 소통 방식에 가장 적합한 사례는 무엇인가 라는 점이다.
이 것은 실제 극장 공연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부분은 무대를 거쳐 전달이 되지만,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다. 극장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왜냐하면 극장이 특정한 감정을 보여주거나 특정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합한 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드라마 이론이 생겼고, 이 이론은 무엇을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고, 무엇을 선보일 수 없는지 다룬다. 원격 현실을 통한 의사소통은 이를 위한 별도의 이론이 필요하다. 10대들은 이 기술이 만들어낸 세계 속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보다 훨씬 더 익숙하다. 우리는 이런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관찰하고 분석하지만, 10대에게 원격 현실의 세계는 완전히 자연스러운, 어찌 보면 극장의 공간 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공간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예술을 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의 역할은 이러한 경험을 함께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라 본다. 픽션을 만들어 관객에게 경험을 선사하고, 이 픽션의 주제로부터 뭔가를 배우거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배우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가로서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예술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관점을 세상에 내놓으려는 욕심을 부리는 것 보다, 현상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독일 예술단체들의 상황
독일의 모든 극단들은 구조적으로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국립 극단(state theatres)이고, 두 번째는 민간(독립) 극단들이다. 국립 극단들은 전용 공연장, 정규 직원, 전속 배우, 전속 기술자, 조직 등이 있고 비교적 규모가 더 크다. 민간 극단들을 살펴보면, 보통 직원과 배우 수가 훨씬 적고, 지역으로 묶여 있지 않고 공연을 하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파트너와 협력을 한다. 이 두 갈래의 조직은 재정적 구조와 작업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독일에서 민간 극단에 대한 인식은 지역화 되어있는데, 특히 베를린과 큰 도시에서 민간 극단들은 혁신적인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국립극단들이 보수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독일은 작은 마을일지라도 자신들만의 극단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극단들 전반에 지원되는 국가 예산은 굉장히 큰 편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업계의 규모가 상당하고, 시각도 다양하다. 몇몇 극단은 매우 보수적 성향을 띄기 때문에, 극장(연극)의 모습이 변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공연장에 모여서 무대 위에 선 배우를 보는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고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대유행이 의미하는 바는 그냥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서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극장과 거리가 먼 우리 같은 극단들이 있다. 우리는 전통적 극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 만큼이나 컴퓨터 게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극장의 모습이 완전히 바뀐다 해도 우리에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우리만의 미학적 방식을 찾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극단들이 이번 위기에 대해 가지는 서로 다른 관점은 사회 내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하다. 독일 사회는 정말 다양하고 그 다양성이 극단에도 반영된다. 하지만 극단들이 이번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국립 극단, 민간 극단을 막론하고 모두가 일종의 라이브스트리밍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무관객으로 공연을 하고, 촬영을 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다. 이런 대응방식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큰 프로덕션들은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올라가는 다양한 작품들은 새로운 경쟁을 마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볼 것인가 아니면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러 갈 것인가 라는 선택이 서로 완전히 다른 선택지였지만, 집에 앉아 컴퓨터로 들여다 볼 때, 이 둘은 그다지 다른 선택지가 아니다. 클릭해서 라이브스트리밍을 하면 그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진 일 중에는 라이브스트리밍이라는 하나의 큰 줄기가 있었고, 그 밖에 많은 문화단체들은 자신들이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프로제트들이 있다. 우리는 마치 지금의 상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기 보다, 최대한 창의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극장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며 지금의 상황이 영속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작업을 하는 중이다.
지금 독일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문화생활을 영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우리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제적인 면을 살펴보면, 독일 예술계의 많은 이들의 수입원에 아주 큰 타격이 있었다. 어떤 조직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데, 국립 극단 소속 배우는 극단의 직원이기때문에 극단이 이제 지급할 능력이 안되니 돈을 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의 고용 형태는 학교 선생님과 같다. 반면 민간 독립 극단 배우, 감독들과 무대 디자이너 등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예술가를 비롯한 프리랜서들 전반을 위한 상당 규모의 국가 예산이 편성되어 재정적 지원을 하기는 했고, 이것이 도움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개인별 상황은 각 개인마다 얼마의 지출비용이 있는가, 고정 수입이 있는가, 개인적인 경제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굉장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다른 예술계, 특히 음악계 같은 경우는 라이브 공연을 통한 수입에 더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굉장한 어려움을 겼었다.
#예술계 내 새로운 화두
솔직하게 이야기 해서 지난 몇달 간 오고간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통 동료들과 극장에서 만나게 되고,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최근에 공연예술 쪽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물론 아주 친한 동료 몇몇을 만나기는 했다. 우리 극단의 경우 소속 배우는 없지만 오랜 시간 프로젝트 기반으로 자주 협업했던 배우 네트워크가 있어서 이들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를 했다. 또한 “락다운” 제작 시 만들었던 엔진, 즉 메신저 상에 대본을 입력하고 자동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의 일부를 오픈 소스로 개방해 다른 극단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형식을 생각하는 극단이 우리 말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전 규정과 관객들의 반응
안전 규정과 규제와 관련해서는 도시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콘서트가 열린 곳이 있기도 한데, 아주 전형적인 독일식 규제가 행해지고 있어서 대중을 상대로 하는 행사의 경우 따라야 하는 규정의 목록이 정말 길다. 한가지 웃긴 예를 들어보면, 트럼펫을 불 때 입에서 공기를 강제로 뿜어 내기 때문에 트럼펫 연주 시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질 수 있는지 거리가 측정되었다. 40미터였다. 그래서 트럼펫 연주가 있을 경우 관객은 40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 정말 다양한 대 코로나 조치가 갖춰졌고, 이 규정에 따라 행사들이 슬슬 재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시 중단 될 가능성도 있다. 2차 유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독일은 대 코로나 조치를 세우는데 정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현재는 슬슬 재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양분화 되어 있다. 절대다수가 넘는 사람들이 대 코로나 조치에 동의 하고 따른다. 마스크를 쓴다든지, 술집에 가지 않는다든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다든지 등의 조치를 따르는 사람은 과반수가 훨씬 넘는다. 베를린의 경우, 개인적으로 지난 몇 달간 갈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사람들이 개의치 않고 파티에 참석하는 등의 스캔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를린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을 강하게 고수하는 성향이 강하고, 테크노 파티 등의 전통이 있어서 사람들은 여전히 춤추러 가고, 베를린의 다른 한 편에서는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좀 더 전통적 형태의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나이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역행하는 정부 지시사항을 따를 마음이 없다. 나의 부모님 세대의 경우 50대 후반 70대 초반인데, 이들은 전후 독일을 겪었던 사람들로, 당시에 정부는 강압적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당시는 지금보다 자유롭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래서 학생 시위가 있었고, 모두가 자유를 위해 투쟁을 했었다. 독일 정부는 미국적이고 개인주의를 존중하기 때문에 정부의 힘이 약하고, 개인의 힘이 더 크다. 그래서 이 세대에게 극장 출입 금지를 시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반 공산주의, 개인주의, 헌법 상 권리 수호는 이들의 지적 유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 중 일부는 지금의 조치가 말도 안되는 조치이며 문화 활동을 다시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전 관련 규정을 따른다.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독일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Lock Down 에 대하여
프로젝트 “락다운”은 우리가 FFT 뒤셀도르프와 협업을 한 작품이었다. FFT는 우리가 가장 오랫동안 함께 작업을 해온 파트너이다. 원래 공연을 같이 만들기로 해서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봉쇄조치가 내려진 후 이 작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이 확실해 졌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에게 연락을 해 “원래 계획되었던 예산으로 완전히 색다른 작업을 하자”고 터 놓고 제안을 하였다. 이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 “락다운” 이었는데, 2주 반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만들어낸 프로토타입이었다. 우리의 목표는100% 완성된 작품일 필요도 없고, 아주 다듬어진 작품일 필요도 없는, 무대에 선보일 필요가 없는 초 단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었으며, 이를 통해 관객이 극장에 올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전에 만들어 놓은 기술의 일부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기술은 전화기에서 작동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전화기를 사용해 짧은 메시지와 전화통화를 가능케 해주었는데,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폰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은 관객에게 전화를 걸어 자동으로 음성녹음을 재생 하고, 그 후 메시지를 보내고, 관객이 답을 하면 무엇을 보냈는지 파악하고 반응을 한다. 이것이 기본적 시스템으로 “락다운” 이전에도 완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시스템을 가지고 와 소셜 미디어 메신저 앱에 적용시키기로 했다. “락다운” 프로젝트는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앱 상에 관객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고, 이 그룹에 우리가 프로그램 한 챗봇이 픽션 속 등장인물로 참가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문구를 이야기하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이야기 속에서 여러 다른 등장인물이 관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을 보내고, 음성 메시지를 보내고, 이모티콘 등을 보내는데, 관객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항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관객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관객은 우리가 인터넷 상에 마련해 둔 페이지를 읽거나, 픽션 속 등장인물들에게 전화를 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렇게 얻은 정보를 텔레그램 상의 주 나레이션으로 가지고 돌아오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Lock Down 프로젝트의 극적 연출의 요소
등장인물의 나레이션과 관객에게 다가가는 접근법이다. 이전 작업에서 보통 대사 녹음에 배우들이 참여하는데, “락다운”도 마찬가지였다. “락다운” 작업에서 픽션을 위한 사진이나 영상도 배우들과 함께 제작했다. 우리가 아직까지 이론적인 체계를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현장감(liveness)이다. 어떤 일을 그 일이 일어나는 순간 속에서 경험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관객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순간에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껴야만 하는 것이지, 멈춤 버튼을 누르고 30분 후에 다시 돌아오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실제 극장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이, 픽션의 시간은 실제의 시간과 동일해야 한다. 이론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일종의 몰입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전통적 극장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공연을 할 때도 관객이 픽션 속에 전혀 몰입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 있고, 무대 위에서는 공연이 진행되지만 전혀 관객을 그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경우, 이는 전통적인 극에서도 실패로 여겨지겠지만, 우리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도 관객이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며,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락다운”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발전시킨 작품을 10월에 선보이려고 한다. 극장에서 중요한 점 한 가지는 픽션 속으로 들어갈 때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극장 공간에 앉았을 때 자신의 주변에 500명이 함께 앉아 있다는 점도 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사람들은 다 함께 픽션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공연이 끝나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 작품에서는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도 경험을 나눌 수 있는데,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우리 작품을 게임할 때처럼 혼자 플레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더 많은 관객과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관객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을 할 때 더 큰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경험을 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으며 이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관객이 작품에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작품 속 하나 하나의 요소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을지 잘 판단해야 한다. 관객이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작품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한 유명한 영화감독은 필름을 자르는 것은 관객의 주의력을 고려한 연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정보나 감정을 소화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도 이 작업을 해야 해서, 보통 프로덕션의 제일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우리 작품을 플레이 해보도록 하고, “아 이 중간 과정이 너무 길구나, 정보 제공 시점이 부적절하구나,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구나” 등을 파악하고 조정을 한다. 공연이 3시간으로 늘어진다면 2시간으로 조정을 하고, 뭔가를 빼고, 하는 등의 아주 전통적인 드라마투르기 작업을 한다.
#향후 마키나엑스의 공연 제작 방식의 변화
어느정도는 바뀔 것이다. 배우 없이 작품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하) 농담이다. 배우를 제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라이브 배우는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모든 작품에 라이브 연기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과 협력을 할 때, 보통 우리 작품은 1년 반 동안 매일 전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매일같이 배우를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에 선보이는 “락다운”의 새로운 버전에서는 라이브 배우가 등장한다. 지금 우리처럼 영상통화 방식을 사용할 것이고, 라이브 연기를 할 것이다. 초기 제작한 “락다운”에서도 이런 방식을 원했는데, 당시 2주 반이라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대본을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프로토타입을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락다운”을 만들면서 내렸던 결정의 대부분은 우리가 원해서 내린 결정이라기 보다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혹은 이전에 게임을 만들면서 터득한 점은, 전통적 극장은 굉장히 정형화된 리허설을 하는 반면, 우리는 우리만의 리허설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완성 된 후 내놓기 보다는, 첫 번째 프로토타입 버전을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선보인 후, 관객들의 반응을 반영해 더 개발을 하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나 기계를 만드는 과정과 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락다운”은 프로토타입임에도 무리 없이 정규 공연이 되었고, 결국 좋은 결과를 얻었다.
10월에 하는 공연은 독일어와 영어 버전으로 선보이려고 계획 중이다. 가능하다면 독일 외 다른 지역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좀 더 과정을 봐야 할 것 같다. 예를들어 보통 서신을 참가자 모두에게 발송하는데, 한국까지 서신을 보내는 것은 물류 문제로 좀 더 어려운 점이 있다. “락다운” 프로토타입 1번을 이미 진행했고, 이제 “락다운” 프로토타입 2번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1번 때 보다는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해졌다.
#예술의 디지털화
#예술과 기술 분야에서의 필요한 지원체계
독일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독일 도르트문트에 디지털 기술 연극 아카데미(Akademie für Digitalität und Theater)가 설립되었는데, 예술과 기술 전반에 관한 연구와 창작을 하고 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중심 주제 중 하나는, 기술자와 예술가를 구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키나엑스를 설립할 당시를 생각해 보아도, 우리는 초반부터 프로그래밍이나 마이크로칩 등 이런 모든 부분을 예술가의 작업으로 분류했다. 전통적인 극장처럼 장면 리허설을 하고 거기에 맞춰 포그머신을 작동시키고 조명을 넣고 하는 식으로 두 과정을 완전히 구분하는 대신, 기술에서 극에 대한 영감을 얻고, 반대로 극에서 기술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예술가와 새로운 작업 리서치를 시작했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향하고 있다. 기술적 부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예술적 작업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만든 후에 기술을 작품을 손보는 도구로 사용 한다기 보다 기술 자체에 흥미를 두는 것이다. 전통적 극장에서 작업을 할 때 가끔 구조적 난관에 부딪히는데, 이유는 그 곳에는 전속 기술자가 있고 이들에게는 이미 정해진 자신들만의 작업 방식이 있어서, 이들은 기술적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업을 할 때 기술자를 포함한 모든 참여자가 등장 인물이나 나레이션에 동등한 관심을 두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제협력과 국제이동성의 위기에 대한 생각과 새로운 방법
올 해는 국제적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키나엑스는 어느정도 국제적 성격이 있는 조직인데,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스위스 사람이라서 독일에 한 동안 입국을 할 수 없었다. 스위스는 독일과 비교해서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아 이동성에 제한이 더 많았다. 우리팀은 올해 프로젝트를 많이 취소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이번 위기가 우리에게 매우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우리 극단은 탄소 발자국을 크게 신경 쓰는 극단 중 하나다. 지난 몇 년간 점점 더 탄소 발자국과 관련된 인식을 키워왔다. 그래서 만약 우리 제작팀 전체가 비행기를 타고 타국을 방문해야 한다면, 매우 큰 의미를 거둘 수 있는 프로젝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독일문화원에서 한국에 와서 미팅을 하자고 제안했었는데, 우리는 미팅을 잡기 전에 미팅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온라인 탄소 배출 계산기가 있어서 어딘가 비행을 해서 방문할 때 탄소가 얼마나 배출 되는지 미리 알 수 있다. 해외 방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 웹사이트에 가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굉장히 우울해질 수 있다. 한국에 왕복 비행으로 배출한 탄소를 계산해 보았는데, 그 양은 내가 한국에 가기 전 3년 동안 배출한 탄소량에 맞먹었다. 말도 안될 정도로 크다. 여하튼 극단 차원에서 점점 더 관련된 의식수준을 높이고 있다. 지금 당장 비행을 아예 안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그런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 극단은 국제협력에 큰 열의를 가지고 있다. 이번 위기는 우리의 작업 구조가 국제 협력에 적합한지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실험대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는 독일문화원과 협력을 통해 서울에서 프로젝트를 하기위해 계획 중이며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참여 작가들이 인터넷 상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이런 방법은 정말 큰 도움을 준다. 인터넷에서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만나려고 한다.
해외를 직접 방문해 작업하는 것과 관련해, 만약 동남아에서 반년에 걸쳐 다수의 관객을 상대로 공연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치가 있는 방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냥 흥미위주의 방문을 해서는 안된다. 탄소를 배출하려면 그에 합당한 성과를 내야한다.
또 다른 측면을 보기 위해10월에 선보이려고 준비 중인 작품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겠다. 우리가 베를린에서 작업을 할 때 항상 협력하는 “헤벨 암 우퍼(Hebbel Am Ufer, HAU)“ 라는 극장이 있다. 작품이 완성되면 이 곳에서 초연을 하고 그 후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다른 극장들에서 공연을 한다. HAU에서 초연을 하고 그 다음 여러 곳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보통 우리 팀의 제작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의 경우, 디지털 작품이라서 모든 곳에서 동시에 공연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에 HAU와 다른 극장들이 협력해 다 같이 초연을 선보이기로 했다.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또한 대중에게 우리가 협력을 통해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마키나엑스 입장에서도 스케줄링을 할 필요가 없어 훨씬 조직이 쉽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하고 있는 생각이지만, 이런 방식을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고,국제적으로도 이렇게 진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일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하면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필요도 없어지고, 격리를 할 필요도 없어진다.
#공공장소에서 기술을 활용한 예술적 개입
앞에 언급했던“락다운”은 처음 개발 할 당시 반드시 도심 공간은 아니여도 공공장소에서 이동하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했었다. “락다운”을 실행하면 관객을 특정 장소로 이동을 시키는데, 첫 번째로 가게 되는 장소는 한 마을이고 두 번째는 베를린 시였다. 이 장소로 이동을 하면 우리가 준비한 것이 기다리고 있는 식이다. 몇 그룹들이 이런 식의 작업을 이전부터 진행해 왔다.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아는데, “인비저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독일의 그룹이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성이 되었고, 비슷한 길을 밟아 나갔기 때문에 가끔 마주치곤 했었다. 이들의 작업은 완전하게 공공장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들의 작업 중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이 있었는데, 항상 모든 작품에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기반으로 게임을 만드는 그룹이었다. 이런 식으로 공공장소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 꽤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대유행 상황이 극장/연극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 생각하는지, 기술을 사용한 극장/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현 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다음 달에 백신이 나온다고 할 경우, 사람들은 코로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빠르게 예전 방식으로 돌아 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더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 본다. 또 다른 대유행은 반드시 발생할 것으로, 이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얼마나 자주 일어날 것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이 언젠가 끝난 다면, 그 때가 왔을 때 극장에 내가 바라는 점은, 이 기간 동안 해온 일들을 돌아보고 어떤 부분이 흥미로웠는지 파악해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새로운 형식을 개발했을 때, 우리가 원했던 것은 긴급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한 임시방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시 원래대로 작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쓸 임시방편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자리를 잡고 위기가 지난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될 형식을 개발하기를 원한 것이다. 나는 모든 극단들이 자신들의 대응책 중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생각해 보고, 그 부분에 대한 노력을 계속할지 판단하기를 원한다. 또한, 작업 구조의 문제도 있다. 때로는 짧은 영상통화를 하는 것이 타 지역에 직접 방문하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이면서도 더 간단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상황이 반대로 갈 경우, 이 시나리오는 반이상향적인 미래를 그리게 되는데, 지금의 상황이 끝나지 않는 것이고, 우리는 영원히 봉쇄조치 하에서 살게 될 것이다. (하하) 아마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된다고 가정을 하면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사람들은 자신들이 원래 하던 일을 하지 못해서, 마치 열역학 이론처럼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쌓여있고, 이 에너지는 어떻게든 어디론가 발산이 되어야 한다. 만약에 과학적으로 미래가 명확하게 밝혀져서 예를 들어, 우리가 앞으로 10년간 지금 상황에 대응을 대야 한다는 사실이 확실해 진다면, 급속도로 극장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형식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삶이 기술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 것처럼 공연도 당연히 기술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을 계속해 나가려면 공연의 형식은 사람들의 삶에 방식과 맥을 같이해야 한다. 기술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조를 맞춰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기술로 우리의 삶이 바뀌고 있으며 공연도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가능성이라기 보다는 필요성에 가깝다. 예술가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항상 자신의 예술의 형태가 변화된 현실에 적합한가를 재평가 해왔다. 인터넷 등의 기술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증기기관이나 사진 기술 등이 발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류 역사 속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이 예술 창작의 방향성을 바꿨고 예술로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변화시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극장과, 문화계에서 공연의 위치,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 등을 살펴보면, 기술 사용을 통해 공연이 틈새 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독일에서는 극장을 가는 사람들만 계속 가고 극장에 안가는 사람들은 전혀 가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어떻게 극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인구 중 상당수가 극장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삶 속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형식을 다룰때,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게임을 통해서 우리는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에게 다가 갈 수 있었고,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에도 다가갈 수 있었다. 문화적 관점에 세워진 경계를 무너뜨려 보통의 경우 “아 이건 내 취향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흥미로운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마티아스 프린즈(Mathias Prinz)
마티아스는 음악과 문학을 수학했다. 문화이론과 예술을 결합한 활동을 해 나가며 마키나엑스를 공동 창립하였다. 마키나엑스에서는 게임 디자이너, 드라마터그, 사운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독립적으로 뮤지션, 작곡가,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마키나엑스(machina eX)는2014년 시작된 단체로 워크인 컴퓨터 게임(walk-in computer game)과 동시에 이머시브 연극을 창작 개발하는 현실 게임 연극팀(Real Life Game Theater)이다. 마키나엑스는 디지털 게임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사용하면서 낯선 맥락 속에 디지털 게임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은 게임과 연극 방법론을 결합하는 일이다.
대화/글 : 박지선, 임현진, 최석규
번역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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