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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일곱 번째 연결과 대화 - 온 더 무브(On the Move)

일곱 번째 연결과 대화

7월 22일, 수요일

 

온 더 무브(On the Move)의

마리 르 수르(Marie Le Sourd)

 

2020년 오래동안 계획했던 국제교류 활동이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펜데믹이 시작되었을때만 해도 가을이 되면 우리는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세상에서 잠시 미뤄두었던 일들을 지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펜데믹의 상황은 가을로 이어지고 있고, 여전히 불확실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사유가 필요할까? 공연예술의 국제교류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국제 문화 이동성을 위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전문기관 온더무브의 사무총장 마리 르 수르(Marie Le Sourd)와 2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녀와의 열정적인 대화는 현재 유럽과 전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국제이동성(International Mobility)의 위기와 새로운 창의적 대안 찾기를 위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였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한 국제이동성의 미래에 대한 분석은 한국과 아시아의 국제이동성에도 많은 숙제를 던져 주었다. 글의 제일 뒷부분에 그녀가 언급한 사례들의 웹사이트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국제이동성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길 바란다

 


 #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개인의 일상과 조직의 대응방식

많은 사람들이 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봉쇄조치가 내려졌을 때 프랑스 남부에 있었다. 프랑스 전국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프랑스는 한국과는 상황이 달랐던 것 같다. 3월 중순부터 5월 11일까지 밖에 나갈 때 마다 서류에 서명을 했어야 했고 경찰이 언제라도 단속을 할 수 있었다. 산책이나 장을 보러 나갈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단 한 시간이 주어졌다. 규제 조치가 매우 엄격하게 시행되었다. 한국은 이렇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도 관련 조치가 시행 중이고, 우리 지역의 경우 구속을 당한 사람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경찰이 자신을 멈추고 길에서 검문을 했다는 친구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보건을 위한 제한조치이지만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이런 조치를 시행할 권한이 있는지는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 했지만 일은 계속 할 수 있었다. 이동불가상태가 강제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일 관련해서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더 빨리 내릴 수 있었다. 즉 매우 정적인 상황이었지만 한 편으로 사고(thinking) 과정은 가속화되었다.

 

 

 

 

 

 

일을 조직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현재 온더무브(on the move)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수는 3명 이다. 동료인 마야가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보통 파리에서 지내고, 마야는 리옹에 있다. 이미 원거리로 랩탑컴퓨터를 사용해 일을 하고 있으며,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브뤼셀에 주소 등록이 되어 있어서 우편을 여기로 받는데, IETM과 같이 등록이 되어있다. 파리에 주소가 하나 더 등록되어 있는데, 이 주소는 시테 인터네셔날 데 자트(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와 함께 등록이 되어 있다. 원래 원거리로 이사진이나 회원들과 함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이 측면은 바뀐 점이 없다. 커뮤니케이션과 새 웹사이트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한 명 더 있다. 원래 조직 자체가 사무실을 기반해 운영되는 형태가 아니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바뀐 점은 없지만, 당연히 이동성의 제한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거나 트레이닝을 진행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을 다시 한 번 개인적인 생활과 연결시켜서 이야기 하면, 우리는 사실 지난 1-2년간 동료들과 함께 회의 참석 방법에 대한 재고를 해왔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우리는 총 50개의 회의에 참가했는데, 대부분 유럽 내 회의였지만, 나의 경우 대만에 1주일간 방문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예술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 Print, 생태발자국 -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 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편집자 )은 정말 크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기존의 방식을 바꾸어, 이 회의 50개 중 우리 이사진이나 회원이 머무는 곳에서 회의가 열린다면 그곳에 머무는 직원이 우리를 대표해 참석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 회의가 열린다면, 네덜란드에 있는 이사진 중 한 명이 참석을 했다. 이동성을 최적화 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 장거리 여행은 괜찮다고 정해서, 대만에서 열린 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내 프로젝트의 경우, 한 번 이동을 하면 단지 회의 하나만 참석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팜스(PAMS)에 방문 했을 때, 팜스만 참석을 한 것은 아니고 진주에 있는 팀과 협력하여 다른 네트워크와도 만났다. 방문 시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대만에 갔을 때, 3개의 이벤트에 참석을 했고 워크샵도 한 개 진행했다. 이전부터 이미 이동의 숫자를 줄이고 최적화를 도모하고 있었다. 

 

펜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이벤트를 더 진행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멘토링의 경우 이미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바뀐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바뀐 부분의 경우 아마 더 장기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은 명백하다. 즉, 가능한 한 이동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우리 조직 내에서 명문규정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 탄소발자국을 별도로 정확히 계산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전에 계산을 해 봤는데, 소규모의 조직에서 이 계산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정성적(qualitative) 접근을 하려한다. 계속해서 최적화하고 1년에 장거리 이동은 한 번만 하는 등의 방식을 지향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네트워크 조직의 변화

 

On The Move 사무국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나와 업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현재 업무를 하는 방식의 지속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 때로는 사무실이 있어서 거기서 실제로 만나 회의를 하는 것이 더 좋지만, 우리 작업은 어차피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괜찮다. 가능한 최대로 합리화를 하려한다. 우리는 정보의 원천을 제공하는 지원체계이다. 지원체계에 투자를 하는 것은 좋지만 본 프로젝트의 예산을 빼앗아 와서는 안된다.

 

온더무브와 우리 네트워크 내부 회원들 사이에, 특정 부분에 있어서 서로 더 협력을 많이 하려는 추동력이 생겨났다. 그 중 한 부분은 이동성과 관련된 행정업무로 예를 들어, 비자 문제, 사회 보장성, 세금 문제 등의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위생, 보건 문제가 더 해지면서 더 복합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사스가 발발했을 때 나는 아시아-유럽 재단에서 일하며 싱가폴에서 지내고 있었다. 수 개월 후 유럽으로 돌아왔을 때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었고, 몇몇 나라에서는 방역에 대한 우려로 인해 회의가 열리지 않았었다. 때문에 온더무브 내에서 행정적인 측면을 다루는 그룹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 밖에 기능이 더 강화되고 있는 또 다른 그룹은 퍼스트 모빌리티(우선이동) 그룹이 있다. 이 그룹은 사전 검열, 전쟁, 정치적 이유 등으로 출신국을 떠나야 하는 예술가들인데, 이들은 이미 출신국에서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 전반적으로 봐도 그렇고 예술계도 마찬가지이다.

 

온더무브에 또 다른 워킹그룹이 있는데, 이 그룹은 이동성 기금을 제공하는 회원들과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한 그룹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동성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 시기가 왔을 때 필요하게 될 이동성을 준비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단기적으로 어떻게 상황에 적응할지를 파악하는데 더 중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어떻게 체계를 개편해서 국제관계가 유지되도록 지원할지 또한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 온더무브는 원래 온라인 활동이 많았다. 어찌 되었건 상황은 변화하고 있고,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서 가속화 단계를 거치면서 체계에 진정한 변화가 올지 살펴봐야 한다. 이는 예술계, 예산지원 기관, 정치계 모두의 책임이다. 

 

 

 

 

 

#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변화된 예술의 이동성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웹사이트 구축을 통해 제공

 

또 다른 한편에서 일어난 변화를 살펴보면, 기존의 웹사이트에  COVID-19이 예술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코너를 새롭게 제작했다. (Coronavirus: Resources: Arts, Culture and Cultural Mobility) 굉장히 사용이 용이한 웹사이트인데, 유럽 서커스와 거리예술 네트워크인 시르코스트라다((Circostrada:  European Network for Circus and street arts )와 함께 만들었다. 한국, 대만, 싱가폴, 중국 등에 코로나가 먼저 퍼지고 그 이후 유럽에서 유행을 했는데, 이 웹사이트는 유럽에서 완전한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3월 13, 14일 경에 제작되었다. 왜냐하면 이동성 제한이나 새로운 캠페인에 대한 정보가 이미 우리에게 전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웹사이트에 우리는 관련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표시가 된 안내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현재는 업데이트가 되는 부분이 더 적기는 하지만, 이 웹사이트는 바이러스에 대한 생각이나 사고방식,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 이동성 관련 문제 등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계속 지켜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마련되었다. 지금은 이 페이지에 몇 가지 내용이 추가되어 봉쇄조치가 언제 어떻게 풀리고 있는지 그 과정 등이 안내된다. 온더무브(On the Move)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기 보다는 상황을 계속해서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시로 변하고 있는 이동성 지원 오픈콜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 3월에 모든 오픈 콜이 연기되었는데, 예를 들어 레지던시 오픈 콜 지원마감일이 여러 번 연기되어, 이에 맞게 매번 정보를 편집해야 했다. 또한 예산지원 신청 중, 우리가 자의적으로 이동성의 문제를 해석할 수 있는 예산지원 신청 기회를 점점 더 많이 소개하고 있다.

 

 

 

출처 : 프로펠베시아 웹사이트

 

 

 

온라인 커미션 프로젝트이면서 국제적 측면이 있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볼 수 있다. 한 프로젝트의 예를 보면, 프로 헬베시아(Pro Helvetia)는 클로스디스턴스(close distance)   Seeking new cultural format 라는 지원 공모를 통해 온라인 프로젝트를 커미션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국제적 면모가 있어서 스위스에 있는 예술가들과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가능한 한 많이 추진하려 하고 있는 방식으로, 예를 들면 레지던시도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대신 원거리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최소한의 예산지원이 보장된 콜이다. 모든 온라인 형태의 이동성 지원 오픈 콜을 웹사이트에 게시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어떤 오픈 콜이던 예술가에게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예술가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기회에만 집중하자고 결정을 내렸다. 몇 달러, 몇 유로에 그치더라도 지금의 상황 하에서는 이 금액이 예술가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기존의 프로그램에 여러가지로 요소를 새롭게 적용 시키고 있다. 우리 멘토링 프로그램은 프랑스어로는 함께하기(accompany)라고 하는데 위계적 코칭이 아닌 함께하기의 과정이다.  예술가, 극장, 댄스컴퍼니, 시각예술 조직 등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이들의 커리어를 국제무대로 확장해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멘토링 사업에는 많은 파트너 기관과 협력한다. 물론 이 멘토링 프로그램들 중 다수가 코로나로 인해 연기되거나 포맷을 바꾸어야 했는데, 이제 조만간 다시 진행이 될 예정이다. 오히려 수요가 더 증가하고 있다. 

 

이 시기 동안 국내 행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며, 국제협력과 이동성에 대한 재고가 예술계에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데, 이런 가운데 어느 때보다 국제협력, 국제관계에 더 투자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조직들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대응하고 있는 문제들 중 다수는 큰 반향을 일으킬 뿐 아니라, 세계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몇 달 동안 업무 관련 계획을 세울 때는 플랜 A, B, C, D까지 만든다. 하지만 더 적응을 하려고 하지 취소를 하지는 않는다. 이런 것을 보면 더 안심이 된다. 

 

 

# 국제 이동성의 개념 변화

 

 

 

 

작년에 우리가 진행한 대규모 연구 사업이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유럽 국가, 즉 유럽연합 국가, 동유럽 국가, 튀니지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뉴모빌리티 펀드이다. 뉴 모빌리티 펀드는 독일문화원, 프랑스문화원(Institut de France )과 컨소시엄 하에, 아이포트누스(i-Portunus)   Supporting creative mobility 라는 이름의 시범사업으로서 진행되었다. 우리는 컨소시엄과 연계해 이동성과 관련한 유럽의 현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유럽연합만이 아니라 광의의 유럽으로, 41개국을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에 관한 보고서 였다. 아시아의 다양성도 크지만, 유럽도 크게 보면 다양성이 매우 크다. 

 

이 보고서는 간단히 말해 유럽 이동성의 현주소가 어디고, 이동성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루었다. 이동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처음부터 온더무브에게 중요했던 것은 이동성의 형식이 다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투어링, 콜라보레이션, 레지던시, 리서치 등의 다양한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는 이동성을 통해 어떻게 역량 강화를 하고, 더 큰 능력을 갖추어, 국내에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지만 동시에 국제적 성격을 갖출 수 있는 가의 문제다. 자신이 속한 맥락에서 타인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이 경험으로 부터 영감을 받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중점을 둔 사항은 이동성을 더 인지적 과정으로 만드는 것으로, 예산지원 기관과 실행 기관이 경제, 정치, 환경, 윤리적인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고려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 뮤지션, 공연예술가, 시각예술가, 건축가 등 서로 다른 예술가들의 요구 수준이 어느정도 인지를 여러 분야를 상대로 더 잘 설명하고, 제시 금액(offer)의 수준도 설명을 했다. 현재는 이와 관련해 실제로 존재하는 데이터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41개국에서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2500개의 이동성 지원 기금 사업을 조사했는데, 엄청난 숫자도 아닌 이 기금들은 그 중  50% 이상이 몇 개국에 치중되어 있었다. 프랑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이다. 엄청난 불균형이 있다. 이 자료를 이용해 유럽집행위에 이동성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 문화는 집행위의 권한이 아닌 회원국의 권한 아래 있다. 그래서 유럽집행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프로젝트 지원을 통해 회원국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런  협력 작업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었다. 

 

펜데믹은 다음 2021-2027 예산 년도 협상 단계에 일어났다. 어제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그램 유형 확정을 위한 유럽집행위 내 투표가 있었다. 이를 제외하고 현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면, 국수적인, 국내 우선주의 성향이 회귀하고 있다. 예술계는 국제 협력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을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전에도 제시되는 금액 수준이 이미 낮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나마 크지도 않았던 실수익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우려하는 부분은 모두가 한 쪽으로 몰리는 현상이다. 현재 모든 것을 디지털화해야 하고, 모두가 친환경적이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친환경성은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모두가 디지털화로 향하고 있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한 최근에 공연예술 분야에 큰 우려사항이 발생했다. 유럽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 한 달 뒤인 4월에 유럽 집행위는 유럽 공연예술계에 수출과 관련한 새로운 기금이 생길 것이고,  이를 위한 지원 오픈콜이 올해 안에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초기에 이 오픈 콜이 디지털 형태의 협력일 것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런 발표가 난 후 IETM과 같은 네트워크는 여러 형식이 혼재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크게 항변했다. 라이브 공연의 경험은 대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색다른 형식, 하이브리드 형식의 예술이 흥미로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디지털 세계로 향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향해서는 안된다. 이동성 지원을 어떻게 하면 더 균형 잡힌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문화예술계의 담론에서 이미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더 소외시키지 않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 공정한 국제교류와 국제적 연대

 

아이포투누스 사업시행 연구 보고서의 3번째 챕터를 보면 지원 제시 금액의 수준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2019년 총 이동성 지원 사업 중 절반이 몇몇 국가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보고서는 아이포투누스 시범사업관련 보고서로 유럽집행위가 만들었다. 이 보고서의 문구를 살펴보면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제한조치의 실태를 고려했을 때, 혼합 이동성 모델이 적절하며 상세 시행 방식은 다음 지원 오픈콜 시작 전에 정해질 것이다” 라고 적혀있다. 상당히 흥미롭다. 이 사업은 재원 접근성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너무 특정 형식에 치중한다면 문화예술인이 필요로 하는 점을 만족시킬 수 없다. 모두 다 유럽국가라 할지라도, 우크라이나, 몰도바, 프랑스, 핀란드 등의 국가는 서로 너무나 다른 국가다. 아시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인데, 비록 아시아에는 EU 유럽집행위 같은 상위 조직이 없지만, 아시아에서 이동성에 대한 실제적 투자는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폴 등에 몰려있고,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경우 이런 투자가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가 디지털 형식으로 더 나아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소외될 것이며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들이 현재 필요로 하는 사항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볼 때, 획일적으로 디지털화하자는 해결책에는 문제가 있다. 지금 진행중인 오픈콜들은 물론 긴급한 상황에 대응을 하기 위해 해법을 찾은 것이겠지만, 한편으로 좀 더 멀리 봐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국제교류와 국제이동성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공정한 국제협력과 관련된 질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매우 불공정하다는 사실과 연관되어 있다. 3년전에 만든 보고서를 살펴보면 아프리카 내 대부분의 이동성 지원 기금이, 영국문화원, 독일문화원과 같은 국가 문화원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의 예산이 삭감되면, 아프리카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공정한 체계를 새롭게 마련해 가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눈 앞의 우선 순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제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때, 딥모빌리티(Deep Mobility)의 개념을 많이 듣는다. 예술가가 타국을 방문할 때, 하루 이틀 방문을 하거나, 1회 공연 후 되돌아가는 식이 되서는 안된다. 예술가를 초청할 경우, 특히 멀리서 초청을 한다면,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하고, 지역 예술가와 시간을 보내, 지역을 이해하고 이 국제협력을 합리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딥모빌리티는 굉장히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이고, 방문을 최적화하자는 논의와도 연결된다.

 

딥 모빌리티를 도입하게 되면 전반적인 예술계 차원에서 예산 지원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프랑스문화원이나 캄스(KAMS)의 예를 들어보면, 투어링을 할 때 몇 회를 진행하는지, 몇 일 동안 진행해야 한다던 지에 대한 기준이 있는데, 이 기간과 관련된 전반적인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또한 국제적인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생계를 위해서 정말로 필요한 예술가와 예술인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예술인들은 축제 참가, 해외 투어링에서 대부분의 수입을 얻는데, 이들은 지금의 체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공정한 국제협력을 이야기 할 때, 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시성이 가장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논의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론 투어링을 줄이고, 탄소발자국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지만, 동시에 투어를 통해 경제적 활동 유지를 해야하는 예술가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시스템을 개편해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 상생하는 연대를 위해 변화하는 국제교류와 이동성 사례

 

당장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논의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어떤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논의를 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 예술가들, 즉 자국의 예술가를 먼저 논의하자”는 식의, 굉장히 전형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예산 지원 수준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때로는 기금이 직접적으로 문화예술 쪽에 연결되어 있기 보다는 개발협력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국제협력 프로젝트보다 협력 당사국의 구조나 국가 자체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 진다. 왜냐하면 국제 협력이 지속가능 하려면 일종의 기본적 토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을 살펴보면 호르베타우 치메타 기금(Roberto Cimetta Fund)이 있는데, 이 기금은 유럽과 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간의 이동성을 지원한다.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이제 다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이 기금 관련 기자회견 발표가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동성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협력국 내 특정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기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어느때보다 더 필요하고, 소외된 국가들을 위한 타개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레바논을 예로 들면, 레바논은 정치 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지원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관에 대한 지원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양방향에서 프로젝트의 시행을 위한 지원과, 이동성을 위한 자금을 같이 지원하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컬처 앳 워크 아프리카(culture at work Africa)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유럽집행위의 예산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케스케이드 지원금(cascade grant - 캐스케이드 효과(Cascade Effect, Ecology)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되고, 이것은 생태계에서 주요 종의 일차 멸종 방지를 위해 상호의존과 공존을 위한 생태학적 협력을 위한 시스템 구축, 편집자 주)형태인데, 즉 협력국 내 기관이 예산 지원 신청을 하고 예산을 받으면, 물론 지원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그 기관이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이 기금은 독일문화원, 영국문화원 처럼 지원기관이 직접 기금을 관리하는 형태가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다양한 형태의 기금을 찾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능력을 키워 줄 수도 있다. 이 기금은 또한 협력국의 언어로 치환되기 때문에 이 점도 중요하다. 이전에 아트네트워크아시아 (Arts Network Asia )와 Theatre Works 와 진행하던 작업과도 비슷하다. 이동성 기금을 마련하는 한편, 협력국 내 프로젝트 구상도 지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능력도 키울 수 있다. 당연히 누가 어디에다 지원을 하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남지만, 조직을 위한 기금 확보와 연결 유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여느 때 보다 중요해 보인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의와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온더무브는 이동성 기금지원 기관들의 워킹그룹과 회의를 진행했고, 프랑스문화원, 프랑스 문화부, 프로헬비샤, 이파카(IFACCA), 핀란드 문화원과 함께 이동성 기금지원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했다. 4가지 주제, 디지털과 피지컬, 그린 모빌리티, 공정한 국제협력,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현재의 긴급상황 하에 잊혀지고 있는 주제들이다. 공정한 국제협력과 관련해, 정부 쪽 인사가 솔직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며, 다양한 수준, 즉 정부부처, 예술가, 예술인들 간에 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어떻게 기존 체계에 맞춰서 일을 할 수 있을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예를 들어볼 수 있다. 

 

독일연방문화협회, 분데스쿨쳐룰스티프퉁(kulturstiftung-des-bundes)라는 곳이 있는데, 이 기관은 이전에 턴(Tern)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예술가와 아프리카 예술가 사이의 협력을 큐레이트 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설정부터 한 국가와 대륙의 협력이어서 구조적 문제가 있었고, 시작단계에서부터 기금을 받기 위한 지원 양식이 독일어로만 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즉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프랑스어 번역 버전의 제공이 없었다. 다시 말해, 기본적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다. 결국 일년 후에 영어와 불어로 번역이 되었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가 파리에서 열렸고, 이후 나는 베를린에 초청을 받아서 독일에 영어와 불어로 운영되는 워킹그룹을 조성했다. 그로써 적어도 실제 상황과 좀 더 연결이 되었다. 흥미로운 배움의 과정이었다. 이건 하나의 예지만 다른 예도 많다. 

 

# 팬데믹과 유럽예술계의 담론들

 

코로나의 펜데믹 상황 하에서 유럽예술계 내에 새롭게 떠오르는 담론이 있다기 보다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 접근을 했던 주제이지만 이제 상황이 긴급 해졌다고 할 수 있는 주제는 “지속가능성”과 “그린 모빌리티(Green Mobility)”다. 이와 관련된 대화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동일한 해법을 모두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소외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피지컬 (Digital and Physical hybrid Mobility, 편집자 주)형식 관련 논의와 어떻게 디지털 형식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인가의 문제, 스트리밍, 저작권료를 지급 방식, 창작을 위한 디지털 형식, 디지털 형식 관련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접근이 있는데, 결국 항상 배경에 있는 문제는 저작권 문제와 경제성 모델이다. 여기에 더해 공공장소에 대한 문제가 있다. 보건 당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조치는 앞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2주전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었지만 이제 써야 하는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페스티벌 아카데미, 유러피언 페스티벌 어소시에이션(European Festivals Association), 공공기금을 받는 유럽 씨어터 컨벤션(ETC European Theatre Convention)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예술 작품을 공공장소에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새로운 제한 조치나 규제 조치도 생겨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접근법을 계속 시도해 나갈 것이다. 또한 관객과 관련해, 어떻게 관객의 신뢰를 회복할지, 어떻게 공연장으로 돌아오게 할지도 문제이다.  프랑스에서는 유럽 차원의 캠페인도 많았고, 예술가들의 작업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유럽 차원의 기금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보통 이는 대형 기관에 대한 이야기지 현장의 독립예술가에게 지원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프랑스문화원과 나눈 이야기인데, 그리스 아테네 오나시스문화 센터 (Onassis cultural centre 와  Onassis Foundation)의 크리스토스 카라스(Christos Carras) 가 쓴 글을 참조해 봤으면 한다.  유럽에 더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한국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의 한 문장을 인용하면 “현재 우리는 추세의 가속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전에 우리는 이미 예술계에 불안정성에 대해 이야기 했고, 그린 모빌리티, 포용성, 공정한 협력(Fair International collaboration)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이 가속화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이를 넘어서서 새로운 변화의 틀을 만들고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이 질문을 장기적인 사고의 과정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했다. 매우 흥미로운 글이다. 

 

그린 모빌리티에 관련된 예를 들어보면, 우리나 유럽문화재단 같은 경우 굉장히 조심스러운 접근을 한다. 물론 환경 관련 기준을 이동성 관련 기금을 수여할 때 적용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파리 소재 예술가와 소피아 소재 예술가는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파리에서부터 3시간 동안 기차를 타는 것과 소피아에서부터 3시간 기차를 타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만약 몰타 소재 예술가라면 당연히 비행기를 타야 할 것이다. 이동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동시에 공동의 책임으로서 예술계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므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을 비판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지리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프랑스 문화원에서 그린 모빌리티와 관객 재연결, 하이브리드 형식에 관해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지도가 있는데, 플런더스 아트 인스티튜트(Flanders Arts Institute)가 개발한 지도이다. 흥미로운 지도인데, 간단히 말해 문화예술계가 투어나 협력을 할 때 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이다. 출발지는 브뤼셀로 설정되어 있다. 기차로 6시간 내에 도착 할 수 있는 유럽 내 모든 도시를 표시해 놓았다. 파리나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도 비슷하게 가능하다. 이 지도를 보면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이동성관련 기금을 지원하는 국가들 대부분이 이 범주 안에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 포용성과 친환경성에 더 중점을 두는 나라들이지만 동시에 특정 그룹이 소외되는 모습도 보인다. 유럽에서 철도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지역은 지도에서 보이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도 아니고 북유럽도 아니다. 추세의 가속화가 아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도 우려되는 점은 우리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갈 경우, 하나의 해답을 모두에게 적용시킬 경우, 서로 대립하는 결과를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몇 년 전 멜버른에서 열린 IETM회의에서 이루어 졌는데, 그린 모빌리티를 주제로 한 논의였다. 동남아에서 온 참석자들도 있었는데, 굉장히 열띤 논의가 오갔다. 왜냐하면 인도네시아 참가자들의 경우, 우리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자신들은 일단 이동을 할 돈이 없고, 돈이 생기면 비자가 없고, 이런 와중에 결국 기후변화에 영향을 더 받는 지역은 서유럽보다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이라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나의 논지는 관련된 노력을 하되 다 함께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 디지털(Digital)과 피지컬(Physical)이 혼합된 국제이동성은?  

 

프랑스문화원은 3월 이후 이동이 불가능한 시기 동안 온라인 형식을 만들도록 커미션을 했다. 이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예술가들은 이런 프로젝트를 필요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형식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혼합 프로젝트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보통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레지던시 활동 자체는 현지에서 하고 리서치는 원격으로 하는 형태이다. 혹은 이동성 제한이 계속될 경우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상황에 맞추는 형태였다. 예술가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는 기회도 있다. 우리는 보상이 없는 기회는 다루지 않았다. 온라인 형식은 오프라인 보다 콜렉티브(단체)에 더 개방되어 있다. 당연한 일인데,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면 이동과 관련된 부분에 비용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콜이나 기회를 살펴보았을 때 온라인 작업이 더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고, 단체에 더 열려 있다.

 

아마 아시아도 비슷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디지털이 실제 삶에서 얻는 경험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논쟁의 여지가 많은 주제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프로젝트를 온라인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한나절 열리는 회의 같은 경우, 브뤼셀에서 미팅을 한다면 온라인 미팅이 가능하다는 점에는 부인할 여지가 없다. 또한 프로젝트의 일부를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경우, 예를 들어 리서치를 원격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개중에는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진행이 필요한 프로젝트도 있다. 이 부분에서도 앞서 말했듯이 균형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제 프랑스문화원과 회의에 유명 프로듀서이자 안무가인 제롬 벨도 참석했다. 제롬은 비행기로 하는 투어링은 어떤 투어링이던 전부 중단하기로 했고, 이미 1년 이상 그 상태를 유지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러한 태도는 제롬 벨 같은 사람들에게만 용인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 것이었지 의무사항은 아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또한 제롬 벨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메시지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유명한 사람 입에서 나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거의 10년 전에 우리가 공연예술계의 그린 모빌리티 가이드를 발간 했었는데 10년전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달라고 초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초청을 받아도 짧게 한 20분 정도 세션을 진행하거나 점심시간 중에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적어도 지금은 어느정도 위치에 도달했다. 이는 또한 책임감의 문제이기도 하다. 방법론과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공연예술계 내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굉장히 유의할 수도 있는데, 디지털로 완성된 일종의 물리적 경험이, 방법론과 예술적 접근의 전파(transmission)를 통해 한 안무가로부터 다른 안무가, 예를 들어 제롬 벨로부터 한국 안무가로 전달되어 제롬 벨이 실제로 방문할 필요 없이 작업이 새로운 맥락에 맞추어 재 맥락화되는 것이다.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 중 전파와 재 맥락화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일종의 실험을 가능케 하는 방법론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중과 관객을 형성할 수 있다. 제롬 벨은 프랑스에서는 유명하지만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닌데,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제롬 벨의 테크닉을 전달하게 될 프로듀서가 더 넒은 관객층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로 다른 형식에 대한 유형 체계(typology)가 만들어 진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한 쪽만이 아닌 양쪽 모두에 걸친 프로젝트도 있을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실험으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 라이브 아트의 온라인화, 라이브 스트리밍

 

많은 예술 단체들이 축제와 극장에 초청을 받았지만, 물리적인 방문이 취소된 상태이고, 축제에서 이들이 온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온라인화 하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온라인화는 스트리밍이 아니라 기존의 작품에 기반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예술적 제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많은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저버리지 않고, 또한 관객과 상호작용을 잃지 않기 위한 질문을 한다. 질문은 예술가로부터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축제 차원에서 예술가에게 질문을 하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축제가 비용을 지불한다는 이야기라서 이것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리허설 방법을 재구성하기도 하는데, 유럽에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11월 12월에 진행이 된다면 그 사전 프로세스는 온라인으로 진행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파악하는 새로운 요구사항이다. 우리 조직에서는 항상 소위, 자원 제공자(resource person)라고 불리는 사람이 멘토링을 제공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작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연극, 무용, 인형극의 경우는 직감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하지만 음악의 경우는 아마 좀 다를 것이다.  

 

# 국제이동성의 의미에 대한 질문

 

오래 전 아시아-유럽 재단에서 근무를 했었고, 온더무브와는 2012년부터 함께 하게 되었다. 당시에 이동성이라는 용어는 문화예술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가 아니었다. 대부분 이동성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문화교류와 협력이라고 적었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이동성이라는 말을 쓴다는 자체도 흥미롭다. 미국에서 2018년 가이드를 처음 발간했을 때도 사람들은, 물론 나의 억양때문에 말을 못 알아 듣는 경우도 있지만, 이동성이라는 말을 했을 때 접근성이나 장애와 연결을 시켰었다. 단어의 함의가 여러가지라는 사실을 보는 것도 참 흥미롭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질문,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나 피지컬 디지털 혼합 형식 등의 질문을 할 때, 이동성이나 국제교류를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피지컬 디지털 하이브리드 형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어디서나 국제적이라는 단어를 본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몇몇 지원 오픈 콜을 살펴보면, 자국 내 외국 예술가에 중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한국 기관이 콜을 하는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예술가들에 중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홍콩의 비극적인 맥락 속에서 더 유의미해 지는데, 일례는 프리 스페이스(Free Space)라는 오픈 콜로 홍콩에 있는 홍콩 댄서들, 이탈리아와 일본에 있는 홍콩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큰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을 국제적 맥락에서 연결하는 작업이다. 일종의 지역 간 협력으로, 유럽에서도 이러한 예를 볼 수 있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가는 가장 먼저 서로에게 문을 연 국가들이다. 아시아에서도 이런 식으로 문이 열리면, 교류의 형식을 재구상 할 수 있다. 내가 ASEF에서 일하던 2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점은, 연결고리가 더 많아졌다는 사실인데, 티팜(TPAM),  팜스(PAMS) 같은 조직도 연결고리라 할 수 있다. 아시아 프로듀서 네트워크, 아시아 댄스 네트워크, 아직 초반이지만 아시아 서커스 네트워크 등 네트워크도 더 많다. 우리가 서로 연결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더 많다. 교류도 계속 이어져 왔다.

 

계속해서 형식을 합리적으로 재구상 해나가야 한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바로 디지털적 혹은 환경적 접근 등의 제한되고 동일한 주제만을 다루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상황은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이동성의 진화를 위한 해법은 좀 더 다양하고 실험적 형식이어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동료들이 이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낸 5년 동안 지진, 화산 활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는 상황을 경험하였고, 여기에 적응하는 능력과 형식을 재구상하는 능력도 흥미로운 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형식을 만드는 방법도 합리적이지만, 진화를 하는 것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이야기를 한다면, 반드시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와 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언급한 멜버른에서 내가 겪었던 경험처럼 사치로 치부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국제이동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다양한 접근의 방법론을 만들어 오며,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는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국제 이동성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그녀가 생각하는 국제이동성의 미래

 

앞으로 국제이동성의 미래는 그린 모빌리티, 디지털 피지컬 형식의 모빌리티와 이를 어떻게 혼합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맥락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획일적 방향성이 아닌, 공정한 국제 협력, 관객 및 지역 사회와 재 연결, 성장의 방법론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축제에서 항상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하면 해외 예술가의 수를 늘릴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관객과 새로운 커뮤니티를 더 훌륭히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과 같은 수 많은 흥미로운 대화가 정말 많이 일어나고 있다. 멀리 봤을 때 국가적, 국제적인 차원에서 밟을 수 있는 다음 단계는 예술가, 문화인, 네트워크 운영자, 민간 및 공공 예산지원기관 담당자, 등의 다양한 전문가를 한 곳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국제 무대에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국제적이고 다자적인 구도가 필요하다.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교류의 공간이 마련되고 나면, 실험의 공간을 마련해 이동성 실행을 지원해야 한다.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새로운 체계와 새로운 틀이 고안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Marie Le Sourd

 2012 년부터 On the Move의 사무 총장으로 유럽과 전 세계에서 문화 이동성과 정보 네트워크 협력 분야에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199년에서 2006년까지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유럽 재단(the  Asia-Europe Foundation), 2006 년부터 2011 년까지 족자카르타-인도네시아(French Cultural Centre in Yogyakarta,-Indonesia ) 의 프랑스 문화 센터에 근무했다.  마리는 지난 수년에 걸쳐 국제적인 지식 풀 만들기와  문화 협력, 예술가 및 문화의 이동성을 위한 기금지원, 예술영역의 전문가  네트워크 및 웹 리소스 등 전반적으로 국제 이동성이 예술가와 문화 전문가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On the Move

국제 문화 이동성을 위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이다. 예술가와 문화관련 전문가의 이동성을위한 정책, 기금 기회 뿐만 아니라, 이동성을 위한 정보(비자, 사회 보호, 세금, 환경 문제) 그리고 다양한 교육, 워크숍 및 국제 문화 이동성 문제에 대한 연구와 국제협력을 실천 하고 있다.

 


 

참고 웹사이트

1.온더무브 On The Move 

2.Coronavirus: Resources: Arts, Culture and Cultural Mobility  

3. 시테 인터네셔날 데 자트(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4.시르코스트라다(Circostrada:  European Network for Circus and street arts) 

5. 프로 헬베시아(Pro Helvetia)의  클로스 디스턴스(close distance) 

6. 아이포트누스(i-Portunus)

7. 호르베타우 치메타 기금(Roberto Cimetta Fund)

8. 컬처 앳 워크 아프리카(culture at work Africa)

9. 아트네트워크아시아 (Arts Network Asia )

10. 씨어터 웍스 (Theatre Works)

11. 독일연방문화협회, 분데스쿨쳐룰스티프퉁(kulturstiftung-des-bundes)

12.  (Tern)

13. 플런더스 아트 인스티튜트(Flanders Arts Institute) 

14. 이파카(IFACCA)

15. 유러피언 페스티벌 어소시에이션(European Festivals Association)

16. 유럽씨어터 컨벤션(ETC European Theatre Convention)

17. 오나시스 문화센터 (Onassis cultural centre)

18.오나시스 재단 (Onassis Foundation)

19.크리스토스 카라스(Christos Carras)의 아티클


대화/글: 박지선, 임현진, 최석규
번역 : 박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