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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여덟 번째 연결과 대화 - 댄스 인포 핀란드(Dance Info Finland)

여덟 번째 연결과 대화

2020년 7월 29일, 수요일

 

댄스 인포 핀란드 (Dance Info Finland)

리타 아이토칼리오 (Riitta Aittokallio)

 

급변하는 시대를 읽어내고, 이에 발맞추어 새로운 시대를 예측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들 가운데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국제교류를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는 댄스 인포 핀란드와 같은 조직에서는 국제교류와 이동성의 미래에 대해 더욱 다양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겪어내고 앞으로의 플랫폼들을 조망하기 위한 이들의 전략은 흥미롭게도 더욱 연대하는 것이다. 리타는 '그러하기 때문에 더 해외의 동료들과 대화와 연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분리와 단절의 시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가진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졌다. 그리고 공존을 위한 모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들, 그럴싸한 행사의 진행은 어쩌면 어렵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미래의 모습도 찬찬히 살펴나가야 한다. 과연 관객들이 다시 예술을 찾을 것인지를 질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시에 새로운 예술에 대한 시도들을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리타 아이토칼리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대유행 이후의 나와 우리

 

3월 13일에 정부가 핀란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뒤, 사무실을 닫고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매일 서로 얼굴을 보고 일하다가 아주 갑작스럽게 서로 보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이후 모든 극장에 문을 닫으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갑작스럽게 핀란드 공연예술 종사자 중 95%가 일자리를 잃었다. 모든 공연이 취소된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저녁이면 공연을 보는 나의 일상도 크게 바뀌었다. 아마 자전거 타기와 산책 외에는 밖에 나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활동들이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6월 초에 사태가 완화되어 북유럽의 경우 정작 가까운 나라인 스웨덴을 제외하고 전부 다 갈 수 있다. 정부의 조치가 완화되고 바로 그리스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예약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아서 놀랐다.

 

앞을 내다 볼 수 없어서 매우 걱정이 되고 겁이 났던 경우도 있었지만 차분하게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를 두는 등의 개인적인 노력은 할 수 있지만, 내가 이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평정심을 잃어 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지금은 여름이어서 일조량이 많은데, 10월이나 11월부터는 어두운 계절이 시작되어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이다. 만약 2차 유행이 10월에 시작되어 이 시기와 완전히 겹친다면 정말 큰 타격이 짐작된다. 만약 이 암흑의 6개월 동안 봉쇄 조치가 내려져서 아무 데도 갈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겁이 난다.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새로워진 규칙들

 

8월 초부터 더 이상 재택근무가 아니라 사무실로 출근을 해도 된다. 식당의 경우, 좌석들 간에 거리가 유지되어야 해서, 식당 안에 손님을 약 75% 정도 채울 수 있게 된다. 또한 반드시 손님을 좌석에 착석 시켜야 한다. 서서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나이트클럽은 전부 문을 열게 된다. 다소 일관적이지 않은 셈이다. 2주 간의 격리를 강제하지 않고 방문할 수 있는 국가의 목록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서울을 방문한다면 돌아왔을 때 2주 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

 

6월 초에 최고 50명까지 집회가 허가되어 50명 이하의 규모의 콘서트나 축제 등이 열릴 수 있게 되었다. 이후 8월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방침은 극장의 운영을 허가하고, 최대 500명까지의 집회를 허용한다. 극장도 다시 열 수 있다. 하지만 관객들 사이에 거리 두기가 시행되어야 하고, 관객들이 드나들 수 있는 야외 공간과 개별 출구를 마련해야 해서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축구장의 관람석처럼 관객석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구역마다 출입 인원을 제한하고 구역마다 개별 출입구를 두는 식이다. 하지만 극장이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립극장은 객석 600석 가운데 200석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이 티켓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사태가 완화되어도 모든 극장이 문을 열지는 확실치 않다. 시립극장은 대부분 문을 여는 것으로 아는데, 소극장들은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 티켓을 50%도 판매하지 못한다고 하면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관객을 안심시키기 위한 모든 관련 조치를 마련할 책임은 극장이 지게 된다. 6월부터 영업 허가를 받은 대형 영화관조차 현재 50석 정도만 판매를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영화관 방문을 꺼리고 티켓을 사지 않는다. 영업이 허가되어도 아무도 표를 사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는 예술계

 

사람들 모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예술가들 대부분이 4월에서 7월까지 일정 기간에 걸쳐 협회나 기관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문화교육부도 빠르게 대응했다. 다양한 예산지원책을 마련했고, 현재는 새로운 코로나19 대응 지원금도 준비하고 있다. 지방 정부에서도 예산 지원이 있었다. 많은 극단들이 자신들의 공연 영상 등을 온라인에 공유해서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아직 온라인 공연을 하는 것이 절대다수는 아니다. 상당히 많은 극단이 모여서 리허설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그만큼의 숫자가 초연을 온라인으로 하려고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무용 강사의 경우 많은 이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환했지만, 온라인에서 새로운 창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봄 시즌의 작업들이 가을, 혹은 내년으로 연기되었고, 10월 말 시작되는 가을 시즌의 공연들이 초연을 실제로 하게 될지, 아니면 온라인으로 옮겨서 공연하게 될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제작된 공연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선보이는 경우도 있고, 온라인 스트리밍을 위해 새로운 창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무대 위에서 선보이기 위한 공연이 아닌, 온라인으로 선보이기 위해 창작이 된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 극단들은 자신들의 예전 공연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온라인 스트리밍과 녹화된 작품을 보게 될지가 흥미롭다. 이와 관련된 통계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코로나19가 얼마나 지속될지, 이에 따라 공연예술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일 년에 라이브 공연은 두 번 정도밖에 못 보고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로 보게 될지 모른다. 

 

 

# 온라인 공연, 임시방편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예술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지금의 상황이 올해의 일시적인 상황이고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편성되었는데,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예술가들이 이 예산을 지원받아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떤 결과를 낼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일부의 극단들은 지난 몇 개월 간 공연을 올려왔다.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극단 코로나'라고 명명한 새로운 단체도 있었다. 이들은 온라인 공연을 선보이는 극단이었다. 무용과 서커스 분야에는 이런 활동을 전혀 못 봤다. 

 

한편 온라인 공연의 무료 제공도 문제이다. 예술가들이 보수 없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티켓을 구매해야 관람이 가능한 온라인 공연들이 있었지만 약 9유로 정도여서 실제 공연을 보기 위해 내는 금액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작다. 하루는 라디오에서 사람들이 9유로를 내야 하는 것에 대해 '온라인 연주를 듣기 위해서 진짜 9유로를 내야 한다는 것인가? 외국 공연이면 모르겠지만 핀란드 공연에 돈을 진짜 내야 하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예술가들이 화면 상에서 공연을 하면 무료로 공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황당하고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상황이 지속된다면 티켓 판매 시스템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무료로 공연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적재산권과 관람료 책정은 사람들이 예술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두는지와 관련한 인식의 문제로, 갑자기 예술이 무료가 된다면 이는 가치의 문제가 된다. 예술을 이야기 할 때 돈을 논하는 것은 금기시되기도 하지만, 사실 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공연이 적정한 금액으로 유료화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온라인에 올리는 것을 염두한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 관객이 작품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지불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온라인에서 작업을 선보이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 이들이 플랫폼에 적합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온라인 공연의 수준도 더 향상되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우리에게 뉴 노멀이 된다면 어떻게든 수준이 향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예술가와 관객을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 방식의 연결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관객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하다. 난관도 많지만 가능성도 많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 모든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다 온라인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만 앞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예술이 나타날 것이다.

 

 

 

 

# 새로운 알고리즘, 미래의 예술형식

 

지난 봄부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핀란드도 기술력이 굉장히 높은 나라다. 기술에 대한 관심은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예술가들도 디지털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했다. 무대 위 공연을 단순히 화면으로 전환하는 경우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단순한 전환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을 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예술가들이 있는 반면 디지털화가 무엇인지 끝까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예술가들도 있다. 예술교육 기관들이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을 할지도 흥미롭다. 공연을 어떻게 디지털화할지 가르쳐 주는 과정이 생길지, 아니면 다들 스스로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게 될지 궁금하다.

 

핀란드의 댄스필름계에서는 VR(Virtual Reality)과 AR(Augmented Reality)이 이미 큰 화두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든 예술가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데, 왜냐하면 이 분야는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고 난해하며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술적 여건이 허락될 경우 굉장히 빠르게 도약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게임 분야도 관심을 가질만한데, 나는 공연예술이 게임산업의 기술들을 자신들의 담론과 작업에 적용하기를 바란다. 온라인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그게 어떤 의미를 찾아나갈지, VR과 같은 기술을 택할지, 아니면 지금 화면 속에 보이는 내가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단순한 방식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예술지원이 있을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핀란드의 문화예술계에서 온라인과 디지털 분야에 배정된 예산들은 창작을 위한 디지털 도구를 만들거나 이 과정을 연구하는 데 쓰인다. 또한 이 예산이 핀란드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접근성 강화의 관점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접근성이란 무엇일까. 모든 예산이 디지털 창작 과정과 그 결과물에만 집중된다면 당연히 공연예술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관련 예술지원의 경우,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작업을 지속할지 계획을 내라는 식이다. 이것은 우리가 온라인으로 창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앞으로 예산을 지원할 때, '이 작품은 무대에 올릴 것이고, 매 공연마다 티켓을 400장씩 팔 것이고, 온라인에는 올리지 않을 것이라 반드시 공연장에 와야 한다'고 할 경우,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인가. 10월에 예정된 예술 분야 정기 공모 시기에 디지털, 온라인 및 코로나19와 관련된 새로운 유형의 가이드라인이 주어질지, 아니면 기존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사용할지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핀란드 문화계에 입힌 영향을 다룬 댄스 인포 핀란드의 리포트 
THE IMPACT OF COVID-19 EPIDEMIC ON THE FINNISH CULTURE SECTOR (2020-5-7)
www.danceinfo.fi/en/news/the-impact-of-covid-19-epidemic-on-the-finnish-culture-sector/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관의 예술지원이 어떠한 형태로 제공되었는지 정리하고, 민간 예술계와 독립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글이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여전히 예술산업의 고용은 불안정하지만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천에 주목하고 있다. 핀란드 국제오페라발레단의 스테이지24 스트리밍 서비스가 최대 1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언급했다. 디지털을 주 무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무용과 시각예술의 작업에 대해 주목하는 한 편, 디지털 플랫폼의 콘텐츠들이 대부분 무료인 점을 지적하며 여전히 예술가들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단편 댄스필름 <Body Language Zone>의 스틸 컷 (c) Kim Saarinen & Johanna Keinänen. 5년 전에 게시된 작품이다. 서로를 만나지 않고도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모니터와 스크린은 바디 랭귀지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잉여가 된 바디 랭귀지들이 각각의 안무로 연결된다. 작품은 동시대의 이야기들을 현실과 상상을 오고가며 전한다. 터치 스크린이 우리의 몸 움직임에 어떤 변화된 양상들을 만들어내는지, 실제 데이터와 안무를 통한 현상의 해석이 현실을 닮아 흥미롭다.

 


 

# 더욱 강조된 국제 협력의 중요성

 

핀란드 예술가들의 국제 협력과 교류를 장려하기 위한 기관인 댄스인포핀란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곳곳의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북유럽 등 협력 파트너들과 한 달에 두 번씩 다양한 주제로 영상 회의를 했고, 공동의 온라인 활동 계획을 세우는 등의 대응을 했다. 탄스메세(Tanzmesse), 시나르Cinars), 팜스(PAMS) 등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도 주시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에서 결정하는 사항이 우리의 업무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커스 분야는 소규모의 온라인 회의를 열어 예술가들이 국제적인 축제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전에 실행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인데 굉장히 효과적이다. 세명 남짓의 축제 감독과 핀란드의 서커스 예술가, 무용 예술가들이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코로나19 덕분에 이런 네트워킹 방식이 생긴 셈이다. 이런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핀란드 예술가들을 위한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마켓에서의 피칭 프로그램은 팜스, 시나르 등과 발맞추어 진행하고자 한다. 북유럽 협력의 경우, 한국-노르딕 커넥션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큰 사안인데, 전부 연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시작을 할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IETM과 같은 플랫폼이 무엇을 하는지, 세계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굉장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각 플랫폼들이 독자적인 방안을 새로 만드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국제교류와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국제교류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이와 관련된 대화를 핀란드 예술계 뿐만 아니라 해외의 예술가 및 축제 사이에서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주 목표는 세계 곳곳의 동료들 모두와 함께 방법을 찾아나가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핀란드의 서커스와 무용 분야에 있어 핀란드 바깥의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코로나19의 대유행 하에도 국제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이유이다.

 

이에 우리는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핀란드 예술계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예술가가 아시아에서 작업하고 싶다고 한다면, 기대치가 무엇이고 어떤 작업을 하려고 하며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왜냐하면 현재 많은 작업이 디지털화, 온라인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핀란드에 이런 예술가가 있고,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뭔가를 같이 개발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것, 어찌 보면 이제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핀란드 예술가를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하는 작업이다.

 

 

# 국제화의 의미 변화

 

핀란드 무용계에 있어 국제화의 의미는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바뀌고 있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예술가가 국제적 작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래에 국제교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무용 축제인 시댄스(Sidance)에 참가해서 한국에서 단 한 번의 공연만 하고 핀란드로 돌아오게 된다면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식이다. 대신에 예술가들은 한국에 가고 싶지만 더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르며 작업을 하고 싶고, 한국 예술가 및 관객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공연이 주된 목적이 되는 시기는 지났다. 국제적인 작업의 개념이 이미 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의 대두로 인해 국제교류를 위해 스크린과 컴퓨터를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국가 간 이동이 다시 가능해진다고 해도 해외에 가서 한 번의 공연을 하고 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방문하는 예술가뿐 아니라 방문국의 사람들에게도 더 큰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미 비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핀란드의 경우 독일만 가려하더라도 비행을 하지 않을 경우 배를 타야만 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배를 탄다고 해서 완전히 청정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한국과 같이 물리적인 거리가 먼 경우에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비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예술가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우리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들은 점차 이웃 국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전에는 이웃 국가인 스웨덴에 가서 공연을 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더 대단하게 여기고, 이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로 국제적인 작업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북유럽 국가들은 항상 다른 북유럽 국가를 이웃 도시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시만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에 방문을 해서 현지에서 작업을 해보면 가까운 이웃 국가지만 삶과 문화가 참 다르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래서 최근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이 북유럽 국가나 발칸반도 국가에서 작업을 하는데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이 누군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해 다시 배워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이스 핫(Ice Hot)이라는 북유럽 무용 플랫폼이 있는데, 이 플랫폼은 북유럽의 우수한 무용 작업을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이다. 댄스 인포 핀란드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북유럽 국가와 발칸반도 국가에 점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아이스핫(Ice Hot)과 퍼포밍헬(Performing Hel)은 행사의 더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이들은 플랫폼의 온라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며 여러 방법론을 논의 중이다. 아마도 플랜 B와 플랜 C까지 준비해 놓아야 할 것 같다. 이번 가을은 퍼포밍헬과 아이스핫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탄스메세, 시나르 그리고 팜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이들 플랫폼보다 더 잘 조직하고 싶은 개인적 욕심도 있고, 이로부터 많이 배우고 싶다. 

 

아이스 핫(Ice Hot)은 스웨던,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다섯개 국가의 대표적인 무용 기관과 무용 전용극장들이 그들의 무용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교류하기 위해 만든 노르딕 플랫폼으로 2010년에 시작된 이래, 매년 다른 도시에서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다. Dance Info Finland, Dance House Stockholm, Dance House Oslo, Dansehallerne, Ice Hot  Reykjavik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www.icehotnordicdance.com
퍼포밍 헬(Performing Hel)은 핀란드의우수한 공연예술을 알리기 위해 자국과 해외의 프리젠터, 프로그래머, 예술감독, 전문가 등을 초청하여 진행하는 쇼케이스형 프로그램으로, 서커스, 무용, 연극을 비롯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공연예술의 범주를 다룬다. 전막 공연과 쇼케이스 공연, 피치 발표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커스 인포 핀란드와 댄스 인포 핀란드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www.sirkusinfo.fi/en | www.danceinfo.fi/en/projects/performing-hel-showcase/

 

# 예술, 다시 관객을 만나기 위해 

 

 

핀란드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고려했을 때, 관객과 소통을 하고, 소통을 위한 문을 열어 놓는 일은 예술가의 손에 달려있다. 지금은 예술가가 티켓을 판매한다고 해서 반드시 관객이 공연을 보러 올 것이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6개월 만에 무용 공연을 보러 극장에 가게 되면 어떤 느낌을 받을 지 모르겠다. 객석에 앉아 조명이 어두워지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마지막 공연을 봤었던 2월에 받았던 느낌과 완전히 다를까? 관객과 세상에 '우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일은 예술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소통 방식을 구축해야 하며,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매우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동시에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며, 흥미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관객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손을 내밀어 우리가 여기 있으니 다시 데려가라고 할지 두고 봐야 한다.

 

또 다른 난관은 우리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 노멀을 맞이하게 될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사람들은 삶의 기본적 욕구를 먼저 충족시킬 것이고, 마지막에 가서야 공연 티켓을 구매할 것이다. 때문에 공연예술계와 문화계가 겪을 위기는 사회 전반이 겪는 위기보다 더 길게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예술계가 겪고 있는 이 위기가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코로나 이전에도 불확실성은 있었지만, 이제 발 붙일 곳조차 없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는 우리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어렵겠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 모두 잘 될 것이라 생각하자'는 말을 전한다.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이 잘못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추측을 하는 데에 더 익숙하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조차 없다면 차라리 긍정을 택하자는 것이다.

 


리타 아이토칼리오 (Riitta Aittokallio)공연예술계에서 20년 간 일하며 핀란드와 국제시장에서 밀도 있는 경험을 쌓아왔다. 현재 댄스 인포 핀란드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댄스 인포 핀란드(Dance Info Finland)는 핀란드 무용계의 발전을 위한 기관으로, 이를 통해 핀란드 무용의 입지를 확대하고 사회적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화를 지향하는 사업을 비롯하여 핀란드 자국 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www.danceinfo.fi/en

 

 

 

대화/글: 박지선, 임현진, 최석규
번역 : 박형준